매일신문

힘 없인 대우 없다…결집 나설 때

권력구도서 밀려나는 대구경북, 청와대 해바라기 그만 스스로 목소리 키워야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허세'로 전락한 대구경북 정치권이 새누리당이나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결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한 부산경남과 최근에 돌아온 이완구 의원을 비롯한 이인제'정우택 등 충청권 중진의원들의 충청권 세력 형성에 맞설 대안이 필요한 때문이다.

대구경북 정치권 인사들은 "청와대나 친박 우산 아래에서 일정 지분을 받을 것이란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한다"며 "지역이 중앙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대우를 받자

지난 10'30 포항남울릉 재선거에서 박명재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하면서 대구경북은 27명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 일색이 됐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제 TK(대구경북)가 힘을 합쳐 제대로 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전국 어디에도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데가 있느냐"면서 "지난해 대선에서도 대구경북 지역은 새누리당의 공고한 텃밭임을 증명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나저제나 박 대통령의 '부름'을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스스로 목소리를 키우자는 얘기도 나온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대구 서구)은 "그동안은 집권 초기라서 박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지역 정치권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더 이상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으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이 지역배분을 고려하지 않고 직책 수행 능력을 중시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능력 있는 지역 인사를 발굴해 박 대통령께 적극 건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심점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을 한곳으로 묶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스트 박근혜'의 부재가 대구경북 정치권으로선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책이라 진단하고 있는 것. 과거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고, 이상득'박종근'이해봉 전 의원 등이 은퇴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이한구 전 원내대표의 집권 여당 원내수장이라는 바통을 이어받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산청도)만이 단기필마(單騎匹馬)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 초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박근혜'를 이을 인물 1위에 오른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대구 동을)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유 위원장은 조용한 은둔(隱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출신의 한 정치인은 "현 정부가 청와대와 주요 내각 인사에서 의도적인 'TK 배제' 기류를 타고 있다면, 승부수는 국회와 집권 여당 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내년 있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일정 지분을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자천타천으로 최경환'유승민'서상기'김태환 등 당 중진들이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중심으로 사분오열된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외연(外延)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쟁력'체질 키워야

제19대 국회에서 대구경북의 3선 이상 중진의원 수는 대구가 4명, 경북이 5명으로 총 9명이다. 부산(6명)과 울산(3명), 경남(4명)에 비해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총 지역구 수를 감안하면 차이는 더 작아진다. 실제 대구경북의 선수(選數) 평균은 2선으로, 부산'울산'경남의 평균 2.1선과 대등한 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체감하는 영향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지역구만 신경 쓰며 선수 늘리는 데만 골몰하는 바람에 중앙 정치무대에서 '스타 의원'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데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여권 인사는 "그동안 대구경북은 박근혜라는 절대 구심점이 존재해 정치인 개개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았고, 지역에서도 '포스트 박근혜'를 키우는 데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며 "부산경남은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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