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일본은 이상한 나라이고 일본인은 독특한 민족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저서 '국화와 칼'에서 지적했듯이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른 이중성의 국가이자 국민이다. J. 그루 전 주일 미국 대사의 표현처럼 국민 개개인은 말할 수 없이 친절하면서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적대감이 팽배한 나라이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을 아주 호전적이면서도 얌전하고 불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유순하면서도 분개심을 터뜨리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나서 순식간에 친미 국가가 된 것도 모자라 그 밀착도가 철저하다. 이러한 측면 역시 강자에게는 재빠르게 복종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이중성으로 풀이된다. 한 핏줄의 왕을 2천 년 동안 떠받드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는 국민이니 패권 다툼은 있을지언정 저항과 혁명의 역사는 아예 없다. 유교의 '의'(義)의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과 중국 사람들은 일본인의 간특함을 좋아할 수가 없다.
미국은 일본의 이러한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2차대전 종전 후, 미군 점령 당국은 일본 사회의 저항과 거부감을 우려했으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내심 놀라워했다. 강자에게 쉽게 굽히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그때는 잘 몰랐던 것이다. 일본은 미군의 지배에 놀랄 만치 순응하면서 미국의 묵인 아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로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총리가 등장,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 내각의 각료들이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부르는 망발까지 부리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가 편하다 보니 전문 외교관 대신 거물 정치인이나 명망가를 대사로 기용, 일본을 중시한다는 자세만 취하면 된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출신의 마이클 맨스필드나 부통령 출신의 월터 몬데일 등이 주일 대사를 거쳤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인 캐롤라인 케네디 신임 주일 대사도 마찬가지다. 케네디 대사는 이례적으로 일본 국민에게 대중 스타와 같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면서 도착한 지 나흘 만에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외교가 거센 파도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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