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할 때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자꾸만 가고 싶어 돌아오자마자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이번 여행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이다.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고령을 지나 경남 함양 쪽으로 가는 시골길에는 풀냄새, 코스모스, 고추잠자리가 동참해줘 외롭지 않았다. 가을이라 그런지 지나는 마을마다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벌판에서 각종 곡식을 추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을 풍경을 감상하느라 길을 잃어버렸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 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마을 주민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힘내라'며 파이팅까지 외쳐 주었다. 격려를 받고나니 페달을 밟는 다리가 한층 가벼워졌다.
가는 길에 정자가 있어 잠시 쉬기로 했다. 누웠다. 눈을 뜨니 파란 가을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자연의 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피로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주변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관람하면서 천천히 갔다. 예전 같으면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니 구석구석 다 볼 수가 있어 좋았다. 이것이 바로 자전거 여행의 장점이고 매력이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남 함양군청. 그곳에서 숙소를 정했다. 이튿날 광주로 향했다. 남원 쪽으로 갈 때는 지리산을 끼고 달렸다. 지리산의 웅장함과 단풍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남원에는 볼 곳이 너무 많았다. 이어 곡성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가로수가 멋져 오랫동안 구경했다. 부지런히 광주로 페달을 밞았다. 광주에 도착해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다음 날 새벽 6시 해남으로 향했다. 자전거 여행은 길 찾는 것이 어렵다. 이곳 역시 초행이고 낯설어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지도를 검색하고 메모도 했는데도 와 보니 지도와 다른 것이 많았다. 소방관 아저씨들게 물어보니 잘 가르쳐주었다. 나주에는 역시 배가 많았다.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군침이 돌았다. 유명한 홍어회거리도 지나갔다. 홍어 삭힌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냄새나는 홍어를 먹으러 전국 곳곳에서 온다고 했다. 그날도 많은 관광객이 보였다. 아쉽게도 갈 길이 멀어 홍어 맛을 보지 못했다. 다시 부지런히 달려 월출산에 도착했다. 듣던대로 월출산은 멋있고 웅장했다.
드디어 해남읍에 도착했다. 마침 그날은 해남 5일장이라서 시장구경을 하였다.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다. 특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피로를 가시게 했다. 시장 할머니가 "색시, 이것도 사 봐 " 하면서 정겹게 반겨주었다. 진짜 없는 게 없었다.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땅끝마을까지 42㎞나 남아 다시 자전거에 앉았다.
달리고 또 달렸다. 중간에 경기도에서 걸어왔다는 대학생 2명을 만났다. 힘들어 했지만 참 대견해 보였다. 그런 도전 정신과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아마도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헤어졌다.
드디어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 환희와 감동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 사람들, 면사무소 직원들, 시원한 생수를 챙겨주신 분들, 특히 남원의 경찰관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그분의 친절이 있었기에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멀었지만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멋지고, 따뜻한 나라인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다. 그리고 도전정신도 배웠다. 평생 잊지 못할 자전거 여행이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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