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어머니의 존재 '母神'

부모의 기대로부터 빗나간 청소년 자녀들을 둔 가족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다보면 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거의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의아해 한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다양한 일탈행동을 하는 아이들 배후에는 그러한 행동을 부추기는 부모의 냉담한 양육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그들은 부모를 증오하다 못해 아예 그들이 자기마음 영역에 들어서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른바 부모 존재 자체를 무시하거나 부모에게 폭력적 언사를 되돌려 주기도 한다. 나아가서는 부모가 허덕거리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를 일으켜 결국은 자신의 문제로 고통이 떠날 날이 없도록 가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아이들과의 상담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하나같이 가슴 아픈 고백을 하고는 한다. 다음은 한 소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갈구'이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그러나 엄마는 결코 단 한조각의 사랑도 주지 않았어요. 미치도록 엄마의 사랑을 먹고 싶어 울고 떼 써 봤지만 엄마는 늘 냉담하게 거절했어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나를 망가뜨려요. 왜냐하면 내 안에는 엄마가 사랑해 준 기억이 없기 때문에 나를 사랑할 수도 없고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소년은 입술을 깨물며 이마에 파란 핏줄이 설 정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엄마 사랑에 대한 놀라운 고백을 했다. 필자는 문득 '모신'(母神)의 저자인 고 임종렬 교수님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있어서 하나의 우주와 같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신(神)과 같은 존재이다. 신의 뜻 앞에서 우리 인간은 순종할 수밖에 없고 신이 내리는 은총 속에서 살아가는 축복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만약 어머니라는 신이 아이에게 북풍과 같이 차갑고 냉담한 바람만 주는 사람이라면 아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은 우리의 사계절 기후가 부럽다고해도 그래도 그 사람이 돌아가야 할 곳은 자기의 모국인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결국은 돌아가야 할 품은 '냉담한 어머니'뿐일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이에게 신의 존재라고 했을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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