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세상 별난 인생] 서양스타일 낙하산 줄 매듭, 전통문양 접목 포부

파라코드 액세서리에 푹 빠진 허도준 씨

낙하산 줄인 파라코드(paracord). 100% 나일론 섬유인 파라코드는 인장 강도가 250㎏까지 지탱할 수 있어 낙하산 줄 등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돼 왔다. 몇 가닥을 합치면 차도 거뜬히 끌 수 있다. 줄 안에 5~7가닥의 나일론 코어가 꼬여 있지만 보통 7가닥이 많다. 그래서 '코드 7'이라고 부른다. 파라코드는 물에 젖어도 빨리 마르고 피부에 접촉해도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아 요즘에는 생활용품이나 팔찌, 시곗줄, 목걸이 등 액세서리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생명줄에서 생활용품'액세서리로

평범한 회사원인 허도준(30) 씨는 시간만 나면 파라코드로 생활용품이나 액세서리를 만든다. 그의 집(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작업실이 따로 있을 정도다. 다양한 색상의 파라코드를 비롯해 제품을 만드는 틀, 가위, 라이터 등도 갖춰져 있다. 작업실엔 이미 만들어 놓은 팔찌와 시곗줄, 목걸이, 열쇠고리 등 완성품이 족히 수백 개는 넘는다.

그는 여기서 파라코드 공예에 푹 빠져 산다. 작업도 간단하다. 틀에다 길이를 재고 구상한 대로 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쉽지 않다. 힘 조절이 관건이다. 너무 힘을 줘 꼬면 얇아지고 힘을 주지 않으면 굵어지는 등 고르지 않다. 그만큼 섬세한 작업이다. 열쇠고리는 5분이면 족하다. 팔찌는 10~15분이면 되고 시곗줄은 30분 정도면 완성이다. 특별한 것은 2시간을 훌쩍 넘긴다.

허 씨는 틈만 나면 작업에 몰두한다.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색상도 조합해 본다. 임신한 아내의 잔소리에 잠시 멈칫하지만 아내가 시키는 일을 마친 뒤 또 파라코드 틀을 잡고 물건(?)을 만든다.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젊은 허 씨의 손가락은 거칠다.

"재미있어요. 저의 유일한 취미인걸요. 구상한 대로 완성품이 나오면 희열을 느껴요." 허 씨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틀도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파라코드 공예를 하게 된 계기는 2009년 아내와 함께한 호주 여행길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외국인이 알록달록한 팔찌를 하고 있었는데 튼튼하고 예쁘게 보였어요. 신기하기도 했고요. 물어보니 파라코드로 만들었다고 했어요. 만져보니 기존의 팔찌와는 느낌이 달랐어요. 색상도 예뻤고 무엇보다 튼튼한 게 맘에 들었어요. 이것이다 싶었지요."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는 허 씨는 귀국하기 무섭게 파라코드를 구해 이것저것 만들었다. 처음 만든 것은 팔찌.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어디서 샀나?' '참 독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내에게는 안경 목걸이와 팔찌를, 형수에게는 고운 색으로 만든 시곗줄을 선물했다.

"가죽이나 금속으로 만든 팔찌와는 또 다른 촉감과 분위기에 다를 좋아하더라고요. 선물 받은 어떤 지인은 제게 그보다 몇 배의 선물을 줬습니다." 허 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색상도 다양하게 포인트를 주고 천에 형광염료를 넣는 등 차별화했다. 제품도 열쇠고리, 시곗줄, 칼이나 도끼 등 예쁜 장식품을 넣는 주머니 등도 만들었다.

◆위급할 땐 생명줄로

파라코드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목걸이와 팔찌, 시곗줄 등 액세서리로서의 효과도 좋지만 파라코드의 기원이 낙하산 줄인 만큼 등산이나 트레킹 등 비상 시 생존도구로 활용된다. 발목이나 팔 골절 시 팔찌를 풀어 묶는 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 독이 퍼지지 않도록 묶는 줄로 사용하는 등 비상시 실, 끈, 고정줄 등으로 활용된다.

조난 시 그물이나 올무를 만들어 식량 채취에도 사용할 수 있다. 허 씨는 "보통 벨트를 풀어 사용하는데 가늘면서 튼튼한 파라코드는 고정과 결합, 덫을 만드는 등 쓸모가 많아 서바이벌의 필수품"이라고 했다. 보통 팔찌에 파라코드가 2~2.5m, 굵은 것은 3~5m나 사용된다고 했다. 그는 파라코드로 만든 제품은 평생 착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보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요. 당연히 여자분들보단 남자분들에게 훨씬 더 인기가 많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접목 시도

허 씨는 요즘 야광 파라코드 소재로 제작하는가 하면 가죽 등을 파라코드와 믹스 매치한 제품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소재를 믹스한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옷을 비롯해 휴대폰 케이스 등을 구상 중입니다." 그는 또 전통매듭을 파라코드 공예에 접목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까지는 서양 스타일이었는데 앞으로는 우리 전통적인 소재와 문양을 접목할 계획입니다. 전통 오방색으로 우리 고유의 문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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