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성과 미래건축
건축은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고 시대마다 사회와 인간의 요구를 반영하며 발전적인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러한 긴 시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집이라는 것은 당연히 정해진 토지 위에 정착되는 고정적 구조물로서만 완성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과감히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또 다른 유형의 건축은 수용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건축의 유형을 모색해 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건축시장 개척과 다각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원래의 아이템에 다양한 주거의 기능들을 새롭게 접목시킨 종목들이 시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고 많은 잠재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주거 기능을 갖춰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캠핑카나 무빙 하우스, 선박에 고급스러운 주거 기능을 보강한 크루즈선 등이 그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이동 개념의 주거 유형을 유지한 사례로서 유목민 주거를 들 수 있다. 몽골,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아라비아 등 건조지대의 초원이나 반사막지대에 거주하는 민족들이 목초지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텐트와 같은 간단한 형태의 조립식 이동건축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정착 생활에 유리한 고정식 주거 유형을 취하고 있다. 이동식 주거는 그 주거의 특수성만큼이나 뚜렷한 장단점이 있어 도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무빙 하우스나 가변형 건축과 같이 이동 혹은 가변 개념을 성공적으로 주거에 접목할 수 있다면 예상 외의 큰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태풍 발생, 지진, 그리고 기후변화에 수반되는 각종 자연재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산불 등의 대형 재난 발생 시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 수습책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해 발생 시 피해 지역에 조립식 주택을 보급하여 단기간에 주거 기능을 회복한다거나 홍수 시의 플로팅 하우스는 원천적으로 수해에 대한 피해 예방과 억제에 효과적일 수 있다. 기존의 고정 개념으로 건립된 대부분의 현대건축물은 활용도나 그 기능이 저하할 경우 철거, 폐기되어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의 문제점을 야기하는 반면, 이동 개념의 주거는 그 주거를 유닛 개념으로 분리하여 판매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해 집이나 주거 유닛 자체가 공산품화할 수 있어 자산가치 상승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주택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적잖은 이점이 예견된다.
오늘날 증가하는 여가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주거 문화의 출현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무빙 하우스는 기후나 자연환경, 인위적 환경 조건 등을 고려하여 언제든 어디로든 선호하는 환경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할 것이며,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건물의 경우에도 기존의 고정형 벽체로 구획된 평면에서 탈피함으로써 평면의 가변성을 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거용 건물에서 벽 등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가변형 평면으로 설계하게 되면 당초의 독신자형 주거에서 부부형 주거로, 혹은 부부형 주거에서 가족형 주거로의 전환이 용이하여 새로운 주거처를 찾아 이사할 필요 없이 현재의 장소에서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변형 평면 설계 기술, 벽체 구성 기술, 설비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훌륭한 건축물은 건축의 기능, 구조, 미의 3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가변성과 이동성 개념은 아직 많은 사람들 눈에는 현실성이 결여된 시기상조이고 마치 뜬구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건축으로의 발전적 도약을 위해 과감히 지금까지 추구해온 유형과는 상이한 새로운 차원의 사고와 건축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관되게 고정적 개념에만 가치를 부여해 왔고 그것에 집착해온 경향이 없지 않다. 이동성, 유동성, 가변성에서 창출될 수 있는 무한의 새로운 가치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눈을 돌려도 좋을 시점이다. 아마 가변성을 반영한 건축이 미래건축의 유력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동호/대구가톨릭대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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