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패설(悖說)

키 작은 남자를 일컫는 '루저(루져)'라는 표현에서 한 발 더 나간 유행어가 있다. 못생긴 남자가 들이댈 때 여성들 반응은? 답은'후져'다. 그럼 돈 없는 남자는? '꺼져', 키도 작고 못생긴데다 돈까지 없다면. 그런 남자는 '뒤져'라고 한다나. 한 번 웃고 말 일을 소위 '4져'로 버전을 갈아가며 한바탕 실소를 만들어 내는 말꾼들 재치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악의는 없다. 그냥 우스갯소리여서다.

사실 우리 속담만 한 우스갯소리도 없다. 절묘한 표현과 비유에 무릎 탁 칠 일이 많다. 해학이 넘치고 사물과 사람 심리에 대한 통찰력이 예리하다. 갖가지 비유는 엿물처럼 착착 붙는다. 그 어떤 언어의 마술사가 우리 속담의 당차고 현란한 말재주를 감당해 낼까. 이런 점에서 속담은 항간의 패설(悖說'도리에 벗어난 상스러운 말)과는 격이 다르다. 속담은 말의 때와 장소, 상황까지 꿰뚫는 힘, 즉 독심술을 가진 언어로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름깨나 난 사람들의 쑥대머리 같은 말들이 국민 심정을 상하게 한다. '나꼼수' 김용민 씨가 어저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싸잡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과거 막말 논란으로 무릎 꿇어 사과까지 해놓고도 여전히 입방정이다.

'천안함 폭침은 소설'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소설가 이외수 씨도 여기에 가세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을 향해 트위터에서 막말을 쏟아냈다. '븅딱들' '영혼 없는 단세포 찌질이' '넷충' 등과 같은 표현은 작가 자질을 의심케 한다. 김용민이야 말 꼼수나 부리는 '말' 백정이라고 쳐도 작가가 뱉어내는 말 수준에 기가 질릴 정도다. 통속한 그의 소설처럼 이 씨의 트위터 글도 그냥 싸구려라는 반응이 과한 수준인가.

속담에 '제 얼굴 못나서 거울 깬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제 허물은 모르고 남만 나무라는 꼴이다. 달라이 라마는 "무슨 말을 하든 명확하게 간단히 하자. 집착이나 증오심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하자. 다른 이들을 친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를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해주니, 고맙구나'고 생각하자"고 가르쳤다.

본디 큰 북에서 큰 소리 나는 법이다. 깜냥 안 되는 이들이 유명세만 믿고 내지르는 막말에 귀 씻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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