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서모(55) 씨. 2년 후 퇴직해야 하는 서 씨의 가장 큰 걱정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 학비와 노후 준비다. 큰아들(24)은 군 복무를 마친 후 대학에 다니고 있다. 둘째 아들(22)은 현재 군복무 중이다. 내년이면 둘째 아들도 대학에 복학하게 된다. 서 씨는 만 57세가 되면 퇴직을 해야 한다.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퇴직이 코앞으로 닥쳐 고민이 많다.
서 씨는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를 했다 최근 날벼락까지 맞았다. 서 씨는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재무상담클리닉센터를 찾았다.
Q: 그동안 저축한 돈과 몇 년 전 퇴직금 중간 정산한 돈을 합쳐 3억5천만원 정도 갖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의 투자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자니 이자가 너무 적어 내키지 않는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어떤 투자전략이 필요한가?
◆주식보다 위험했던 채권 투자
서 씨는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를 했다 손해를 본 경험이 많다. 2007년 상반기 투자한 중국펀드를 시작으로 일본펀드, 자문형랩, ELS(주가연계증권)에 이르기까지 당시 유망하다는 상품에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속만 태웠다.
그래서 서 씨는 한동안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 예금으로 재테크를 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2%대로 인하되면서 돈을 불려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다시 투자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서 씨는 원금 손실을 많이 경험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서 씨는 동양그룹 채권에 3천만원을 투자했지만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면서 이마저도 모두 날릴 처지가 됐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서 씨와 같은 경험을 한다. 금리는 낮고 투자는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투자의 경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원금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특히 동양그룹 사태는 채권투자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흔히 채권은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당연히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쯤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을 일깨워 준 점이다. 금융회사 직원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상식에 맞지 않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한 번쯤 냉철하게 수익 구조를 따져봐야 한다.
서 씨가 투자를 할 때마다 실패를 한 것은 유행상품을 좇아 투자했기 때문이다. 서 씨의 투자 패턴을 분석해 보면 수익률이 정점이었을 때 투자를 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면 그때가 위험하다는 투자 속설이 현실화된 셈이다.
투자 실패가 쌓이다 보면 누구나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어렵게 모은 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마음고생도 심해 더 이상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투자를 기피하는 심리를 극복해야 한다. 저금리시대에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재테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 감수 여부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들에게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에 따라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관리를 잘하는 것이 투자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서 씨는 투자를 하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했다. 수익에만 집중하다 보니 특정 투자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고 이는 결국 손실로 돌아왔다.
서 씨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3억5천만원은 노후 준비에 필요한 종잣돈이다.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험을 고르게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먼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 등에 대비해 적당한 현금흐름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서 씨의 경우 5천만원은 비상예비자금으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넣어 둘 것을 권한다.
나머지 3억원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때 우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지를 정해야 한다. 위험 없는 투자를 원한다면 은행 정기예금에 100% 투자를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수익은 포기하고 원금이 보존되기를 원한다면 원금의 15%를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된다.
서 씨의 경우 3억원 가운데 1억원은 연금보험에 일시납으로 넣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서 씨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기 때문에 퇴직 후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노후준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서 씨에게 추가적인 연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연금자산은 꼭 필요하다.
남은 2억원은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에 5대5 비중으로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서 씨가 투자 수익을 위해 어느 정도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안전자산으로 정기예금과 채권형펀드에 각각 5천만원을 투자하고 투자자산으로 주식형펀드에 1억원을 넣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 관리도 중요
포트폴리오는 구성 못지않게 관리도 중요하다.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조정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포트폴리오 관리는 리밸런싱과 펀드 모니터링을 통해 한다. 리밸런싱은 당초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과 위험 정도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서 씨는 당초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5대 5로 정했다. 만일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율이 4대 6으로 바뀌었다고 가정을 하면 투자자산 비중 확대로 기대수익이 높아졌지만 위험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따라서 이때에는 주식형펀드 일부를 환매한 뒤 채권형펀드로 옮겨 비율을 다시 5대 5로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여 투자 비중이 6대 4로 바뀌었다면 이번에는 안전자산 비중이 높아져 위험은 낮아졌지만 수익률은 서 씨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진다. 이 경우에는 채권형펀드 일부를 환매해 주식형펀드로 옮겨야 한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주식형펀드 일부를 처분해 수익을 실현하고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저가에 주식형펀드를 매수하여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과 위험을 관리하면 된다.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리밸런싱뿐 아니라 개별 펀드 모니터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통 펀드 수익률만 보고 좋은 펀드, 나쁜 펀드로 구분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식이다. 펀드 모니터링은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었는지, 투자철학이나 운용 시스템이 바뀌었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펀드 설정액 추이 등을 관찰해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면 장기투자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야 한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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