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 "종북미사 野 입장 밝혀라" 야 "종북보다 從朴이 문제"

정치권 '시국미사' 공방 확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발언으로 정치권의 종북(從北)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신부의 발언이 종교인의 정치개입 영역을 넘어선 '종북 발언'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신(新)야권연대'로 묶인 민주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치단체가 된 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종북의 길을 맹종하는 신앙 정체가 무엇인지 국민은 종교 제대(祭臺) 뒤에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떳떳이 실체를 드러내고 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이들 주장에 대해 입장을 말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박 신부의 발언은 영토와 주권을 부정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야당은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발언에 대해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종박'(從朴) 문제를 언급하며 비판에 나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4인 협의체'에 즉답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집권여당이 현안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지금 문제는 여당이 주장하는 종북의 문제가 아니라 종박의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반격은 여권의 강경 발언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 판단해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초선의원들은 따로 사제단 시국 미사에 대한 여권의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투트랙' 반격에 나선 양상이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종북 공방의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사제단 미사 여파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사제의 발언은 천주교 전체나,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의 뜻도 아니다"며 "일부 사제들의 문제 있는 행동으로 전체 천주교가 매도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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