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시계가 1년 전에서 멈춰 섰다. 지난 대선에서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불똥이 정치권을 넘어 종교계까지로 확산하면서 국론 분열 현상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우리나라 지도층들의 갈등 해소 능력에 의문을 품은 채 정치 불신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불신과 대결의 문화가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국력 낭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풀 수 있는 세력은 전무 해보인다. 청와대는 야당과의 '불신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여야 간의 정치력도 완전 실종 상태다. 국정원 댓글 수사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을 놓고 여야 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무한 대치 중이다. 서로 상대방만 헐뜯는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젠 제발 작년 대선 얘기 그만하고, 내년 민생 챙길 방안을 고민해달라"는 국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만 터져 나온다. 지역 출신 여권 인사는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동안 대립과 반목만 있는 소모전으로 일관했다"면서 "국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이러한 국력만 소진하는 사태를 사회 지도층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한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 파생된 사건인 만큼 정치적 대타협으로 정치권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대립은 정치권에서 풀어야 되는데 제 몫을 못하니까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덤벼든 꼴"이라며, "1년 내내 생산적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먼저 야권에 손을 내밀고, 여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 사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진 않더라도 존중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정치인사는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일을 매듭짓지 못하고 계속 키우고 있다"며 "양당 강경파들이 각기 당론을 리드하면서 자신들이 뽑아놓은 지도부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능력'불통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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