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입양한 아이, 출생비밀 알게 될까 걱정

◇고민=저희에게는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자녀들이 있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중 한 명은 동생의 아이입니다. 과거 동생의 이혼으로 100일도 안 된 조카를 우리가 키우게 되었고 지금 청소년이 된 아이는 저희가 친부모인줄만 알고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희도 친자녀와 같이 정성들여 키우는데, 행여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될까 걱정되어 해마다 담임 교사와 사정얘기를 하면서 비밀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문제는 동생은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어 아이가 돌아갈 수 없고 또 언젠가는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될까 불안한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친부모로 알고 모범적으로 너무나 잘 자라준 이 아이에게 앞으로 우리부부는 어떻게 대처하면서 키워야 할까요?

◇설루션=과거 동생의 뜻하지 않은 이혼으로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여 친자녀 이상으로 곱게 잘 키워오신 두 분의 헌신과 희생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여겨집니다.

지금 두 분은 어느덧 사춘기 나이로 훌쩍 커버린 아이가 언젠가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될까봐 불안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일어나게 되면 아이가 받게 될 충격과 상처가 얼마나 클까 하는 염려가 무척 큰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아이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크고 있고, 또 부부 역시 친자녀 못지 않게 정성을 들여 아이가 착하고 모범생으로 지낼 만큼 잘 양육을 해오고 계시는군요. 또 부모님 역시 말이 동생의 아이이지 이미 20여 년 가까이 키워온 양육과정을 통해, 낳은 자녀 이상으로 정이 들어 이제는 설사 동생이 아이를 돌려달라 한다 해도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가족의 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의 마음속에는 이 아이가 절대로 자기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만약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어떻게 할까라는 불안 때문에 좌불안석이신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 마음속의 불안은 현실적인 불안과 가상적인 불안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불안은 내 눈앞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적인 일들이 눈앞에 닥쳤을 때 느끼는 정서입니다. 그러나 가상적인 불안은 현재 당장 불안을 느낄만한 일들이 존재하지 않고 있음에도 무의식 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불안의 잔여 감정들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강한 현실에 침투하여 불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귀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귀하의 불안은 현실에 당면한 불안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지녀온 과거의 불안이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는 현실을 침범하여 만들어 내는 가상적인 불안일 뿐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아이는 이제 완전한 귀하의 자녀입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아이의 믿음과 귀하의 믿음이 이미 부모와 자식이라는 단단한 마음의 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그 강력한 가족의 끈은 설사 아이가 먼 훗날 출생의 비밀을 안다 해도 부모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감사와 고마움으로 귀하의 품에 안기게 해줄 것입니다. 지금 가상적인 불안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기보다는 자칫 불행했을 수도 있을 아이를 그 누구보다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준 당당한 부모로서의 양육을 계속해 나가시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집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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