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시1-만추

- 이수자(대구 북구 학정로)

산에 불이 났습니다

꿀밤나무 오리나무 떡갈나무에

온통 불이 붙어

타오릅니다

누구 하나

불을 끄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황홀해

차마 눈을 감습니다

불씨는 바람 따라 흩어져

온 산에 꽃을 피웁니다

울긋불긋 노랗고도 빨갛게

곱기만 합니다

저 멀리 바람 사이로

작게만 보이는 가을은

이제 하얀 서리를 이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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