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를 들었다 놨다… 유대인의 힘은 창의성…『100명의 특별한 유대인』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박재선 지음/메디치 펴냄

'언론자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모든 문제가 학술 토론이나 공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대인 문제만은 예외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미국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지만, 그래도 유대인 문제 거론은 가급적 피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유대권력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서문처럼 유대인 문제는 세계 문명국의 '금기'에 해당한다. 나치에 유대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적 사실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그 외에 유대인은 과연 선한가, 그들의 세계인식은 어떤가, 그들이 지배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위는 세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들의 국제정책 등의 문제는 감히 입에 담기 어렵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받은 박해 때문에 피해의식이 강하고 타민족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방인이 유대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심지어 '유대인은 총명하다' '유대인은 기부를 잘한다' 등 유대인에 관해 좋게 말하는 것조차 꺼린다. 필시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근거 없는 반유대주의에 근거한 것이 많다. 그러나 유대인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유대인의 선민의식, 또 자신들이 거주하는 숙주국에 대한 적응이나 동화거부, 소수이면서 유럽 각국에서 보인 발군의 기량 등은 그들이 추방과 복귀, 질시와 옹호를 반복적으로 받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유대인, 그들은 누구인가?

지은이는 특별한 업적을 세우거나 지위를 차지한 유대인 100명을 분석하면서, 유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변혁을 꿈꾼 유대인 혁명가, 시대를 풍미한 석학, 국제정치 판도를 주도한 유대인, 승부사 기질의 유대인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대인뿐만 아니라 밤 세계를 지배한 할리우드 마담뚜 하이디 플라이스, 거물 무기 중개상으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바질 자하로프, 다이아몬드의 황제 에르네스트 오펜하이머에 이르기까지, 착한 유대인과 나쁜 유대인을 가리지 않고 보여준다.

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하고, 올해는 수상자 8명 중 6명이나 유대인이었다. 그들의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도 많고, 유대인 경영의 비기를 속삭이는 책도 많다. 지은이는 유대인을 배우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폄훼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각 분야에서 명성이든 악명이든 이름을 떨친 유대인 100명을 21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유대인은 누구인지, 유대인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지, 유대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작동원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와 함께 오늘날 어떻게 유대인이 이렇게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두루뭉술한 내용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시온주의의 시작배경, 유대인이 노벨상을 독차지하는 이유, 문화'예술 분야에서 발휘하는 창의력의 비결, 반유대주의의 탄생 과정, 유대인이 세계 경제와 과학에 미친 영향, 유대인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경쟁력의 원천, 유대인이 금융과 언론을 장악하게 된 배경, 역대 미국 정부와 유대인의 관계, 유대인의 로비 활동 특성, 유대인이 기부와 세계화에 열심인 이유, 유대인 네트워크의 실상과 파워, 유대인과 관련된 음모론의 실체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

유대인이 노벨상을 많이 수상하는 이유를 밝히는 대목은 흥미롭다. 지은이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 기준은 창의성이다. 응용은 아무리 커다란 성과나 실적이 있어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도록 교육받는다. 각 교육단계마다 기본 개념을 충실히 이해하면서 창의력과 실용적 응용력을 배양한다. 주입과 암기, 승부형 교육으로 시험에만 매달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로는 국제사회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지은이 박재선은 전직 외교부 대사이자 유대인 연구의 선구자다. 40년 이상 유대인을 연구해왔다.

561쪽, 2만1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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