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우연히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듯 '그것 있잖아, 그거'를 자주 연발합니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났지요. 요즈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세 글자인데' 'ㅎ으로 시작하는데'라며 애태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치매에 관한 것이지요. 미국에서 개업한 정신과의사인 그는 치매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하면서 의미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습니다. 치매환자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기억력이 조금씩 좋아지더라는 것입니다. 노래와 관련된 추억이나 일을 떠올리며 가족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당신이 그리워하던 그 시절과 똑같은 분위기로 집안을 꾸몄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음악도 들려주었지요. 그랬더니 어느 날, 어머니가 손수 밥을 지어 한 상 차려주었다고 했습니다. 옛날 기억이 나자 아들에게 밥을 해 줘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번쩍 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어쩌면 치매도 치료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사실 치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가혹한 병입니다. 스스로 인간임을 잊게 만드는 잔인하고도 무정한 병이지요. 더구나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주기도 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만일 엄마가 치매에 걸리면 너희들이 사는 곳과 가장 멀리 떨어진 요양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자식들이 자주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지요.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였는지도 모르는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입니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 누구나 치매를 걱정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니 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남성보다는 여성의 치매위험도가 2.58배 높다고 합니다. 치매에 걸리는 이유 또한 무려 70가지 이상이라고 하니 그 예방법도 쉽지 않은 듯합니다.
요즘 자주 깜빡깜빡하고 있습니다. 시인 서정주는 치매 예방을 위해 매일 아침 세계의 산 이름 1천625개를 외웠다고 하지요. 지금이라도 치매예방을 시작해야겠습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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