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홍칭 지음/ 구천서 편역/ 푸른역사 펴냄
2인자. 제5세대 중국 지도부에서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를 일컫는다. 리커창 총리, 그에게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수장 리커창 총리가 펼치는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입체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리커창'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연대기적 과거만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정치인들의 평전류나, 충분한 근거 없이 제5세대 중국을 점치는 데 급급한 전략서와는 거리가 멀다. 거의 알려진 게 없는 리커창의 과거 행적을 들여다보고 현재 행보를 다각도로 살펴 중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이 책은 G2시대 중국을 이해하는 필수 지침서가 될 만하다.
리커창은 같은 안휘성 출신인 후진타오 주석에 의해 철저하게 '준비된 지도자'로 키워져 왔다고 이 책은 말한다. 후 주석이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로 일하던 1983년 말, 리커창은 후보 서기로 그와 인연을 맺어 사제 겸 동지 관계를 유지해왔다. 리커창이 1993년 38살에 장관급인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에 오른 것도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이던 후진타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년 후 리커창은 '농업 대성'인 하남성으로 내려가 성장과 당서기를 지냈고, 2004년 12월부터는 '동북진흥'의 핵심 지역인 요령성의 당무를 주관했다.
하남성과 요령성 당서기를 거쳐 중국 총리에 오르기까지 리커창의 정치 행보를 꿰뚫고 있는 기조는 한결같다. 압축하면 '개혁'. 그가 추진하는 개혁의 강도와 깊이는 보기 드물게 강하고 깊다. 리커창의 생각을 두 글자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바로 '개혁'이며 네 글자로 압축한다면 '개혁, 개혁'이며 여섯 글자로 압축하면 '개혁, 개혁, 개혁'이라고 할 정도다.
이 책의 전반부는 오늘날 중국 '시진핑 시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리커창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살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리커창 총리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라는 굳건한 버팀목이 있어 시진핑 주석을 능가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리커창은 후야오방에 의해 착공돼 후진타오가 완공한 공청단 세력의 계승자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은 그가 '시진핑 시대'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또 다른 권력이자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후반부는 리커창의 성장 과정과 공청단과 북경대라는 그의 정치적 배경을 파헤친다. 북경대 법학과에 입학한 리커창은 교수와 교우들이 두 손을 치켜들어 인정할 만큼 덕과 재능을 겸비한 준재였다. 당시 북경대의 출중한 인재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길을 선택한 것과 달리 리커창은 북경대에 남아 공청단 간부의 길을 걷는다. 리커창이 북경대 공청단 단위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자 이를 눈여겨보던 중공이 그를 공청단 중앙으로 불러들였다. 리커창은 1993년 5월에 공청단 중앙 제1서기로 승진, 권력의 중심을 향한 장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리커창이 아시아 경제 협력 방안, 특히 한국과의 경제 협력 방식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도 하고 있다. 리커창과 한국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중국 수교 2년 후, 한중 양국의 교류 확대와 청년 간의 우호 증진을 위해 1994년 리커창은 공청단 제1서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한 이후 12년 만인 2006년, 리커창은 중국 요령성 당서기로 다시 방한했고 2011년에는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서 남북한을 잇달아 방문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는 중국에 달렸다"고까지 말한다. 또한 G2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중국은 시진핑 집권 중에 미국의 경제 규모에 근접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입을 모아 10년 안에 중국에서 혁명과 같은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그 10년 동안 대륙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할 리커창을 바로 아는 것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435쪽, 2만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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