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가 갑자기 멈춰선 데 이어 예방정비 중이던 한빛 4호기에서도 결함이 발견됐다. 여기에 때 이른 강추위에 난방전력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어 전력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8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설비용량 58만㎾급)가 이날 오전 1시 18분쯤 발전 정지했고, 예방정비 중이던 한빛 4호기(100만㎾급)도 결함이 나타나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1978년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올봄부터 176일간 계획예방정비를 받은 뒤 지난달 5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50여 일 만에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됐으나 2008년 1월 다시 운영 승인을 받아 가동 수명이 오는 2017년까지 10년 연장된 상태다.
여기에 예방정비 중이던 한빛 4호기에서도 원자로 헤드 안내관 84개 가운데 6개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재가동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기존에 한빛 4호기는 내년 1월 초 발전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보수 일정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 기간까지 고려하면 한빛 2호기의 발전 일정이 최대 3주 정도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난히 추운 날씨가 예상되는 올겨울에 원전 2기가 동시에 말썽을 일으키자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오전 9시 30분을 기준으로 전력수급 상황은 공급능력 7천856만㎾에 순간 최대 전력수요가 7천321만㎾로 예비력이 535만㎾에 불과했다. 이 상황에서 발전기 1대가 돌발 고장을 일으키거나 수요가 조금만 더 올랐다면 전력수급경보 1단계인 '준비'(예비력 400만∼500만㎾)가 발령될 수 있는 상황인 것.
여기에 한빛 5호기(100만㎾급)가 다음 달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고,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도 이달 말 재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추가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당국이 예측한 올겨울 최대 공급력을 8천300만㎾, 최대 수요는 8천100만㎾다. 수요 조절이 없는 상황을 가정하면 예비력이 200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적인 수요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에 따른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의 수요관리 조절과 함께 가정 내에서도 전기 절약을 통한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루 중 전력이 가장 부족한 시간대인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가급적이면 전력 소비를 자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기의 플러그를 뽑는 등 대기전력을 줄이는 습관도 중요하다. 또 적정 난방 온도 유지하면서 내복이나 담요 등을 이용해 전열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전력당국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재가동하고, 적절한 수요관리 대책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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