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는 전체 인구 중 유병률이 2~3%에 이른다. 그만큼 드문 장애가 아니라는 뜻이다. 발병 시기는 사춘기에서 성인 초기이며, 어른이 돼서도 처음 생길 수 있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학력이나 지능이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어떤 하나의 생각이나 충동이 지속적으로 완고하게 의식으로 나타나고, 불안이나 두려움이 동반된다.
◆몇 시간씩 샤워하고 집안 청소
올해 28세인 김지용(가명) 씨는 2남 1녀 중 막내다. 형, 누나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다만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 없이 성장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교우관계도 원만했고, 학교생활도 잘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대인관계가 힘들어지고 학교 가기 전날 빨리 자야 한다는 생각에 잠들기 전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반복적인 행동을 했다.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돼 중퇴했고, 고졸 검정고시를 친 뒤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강박 증상과 우울 증상으로 대인관계도 어려워서 외톨이로 한 학기를 보낸 뒤 결국 휴학했다.
손을 깨끗하게 씻었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더러워진 것 같고 불안해서 반복해서 씻었다. 빨래할 때에도 세탁기를 한 번만 돌리면 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오염될까 봐 세탁기를 10번씩 계속 돌리고, 몇 시간씩 샤워를 하고 집안청소를 하는 등 강박사고와 행동에 몰두했다. 결국 김 씨는 올해 초 수성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강박증상도 있지만 우울증이 더 큰 문제입니다. 모르는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불안하고,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에코힐링 통해 관계 형성 시작
처음에는 '힐링스케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기간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으면 인지력이 떨어지는데, 힐링스케치 프로그램은 인지력 및 관찰력을 강화시키고 감정 표현과 발표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에코힐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김 씨는 숲을 찾아 숲 해설을 듣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여름에는 센터 직원, 또래 환자, 자원봉사자, 실습생들과 어우러져 물놀이하면서 관계 형성을 시작했다. 김 씨는 "홀로 청소년기를 보낸 것이 억울했고, 이제는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또 '문화예술, 여가애(愛) 빠지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문화바우처를 통해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예술과 만나며 일상생활이나 정신과 치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김 씨는 이들 프로그램 도중에 간간이 눈을 감고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유는 프로그램 참석에 대한 강박 때문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속적인 재활을 통해 사회복귀
'내 몸을 깨우는 마라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건강하고 즐거우며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배웠다. 김 씨는 강박 및 우울 증상에 오랜 기간 시달리면서 무기력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몸을 방치해 왔다. 프로그램의 참여 횟수가 늘면서 자신의 걱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사회성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는 주기적으로 센터를 방문해 강박적인 사고를 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배운다. 꾸준히 주간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또래 집단들과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김 씨는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스스로도 부담을 느낀다"며 "취업을 목표로 학교생활 적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주간재활 프로그램과 약물치료를 통해서 강박행동이 거의 없어졌고, 내년에 복학해서 직업재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자료제공=수성구정신건강증진센터 053)756-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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