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보는 한의학] 간(肝) 질환과 한약, 바로 알기(하)

B형 간염 치료 '생간건비탕'

한의사들은 간 질환에 효과가 뛰어난 한약 처방이 있음에도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의학이나 한약을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은 간 질환에 효과가 뛰어난 한약 처방이 있음에도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의학이나 한약을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2002년 FDA(미국 식품의약국) 공인으로 널리 사용되는 B형 간염치료제는 아직 큰 문제없이 잘 사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현대의학의 진실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경희대에서 '생간건비탕'으로 B형 간염을 치료했는데, 앞서 FDA 공인 치료제만큼 간 수치를 오랜 기간 안정화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물론 효과의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현대의학의 처방약을 놔두고 다소 가격이 비싼 한약을 복용하라고 강권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꺼려지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간 질환에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 한약을 간에 부담을 준다는 근거 없는 이유로 아예 복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른다면 배워서 환자에게 정보를 줘야 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다.

다른 의사들은 한약 복용 후 전격성 간염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사례를 들어 치료 효과가 있더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약으로 전격성 간염을 앓게 됐다면 다른 독한 현대의학의 약물들로도 충분히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한의학만을 전부로 보고 자신의 진단을 전적으로 신뢰해 간단한 혈액검사 의뢰를 통한 간 수치 확인조차 하지 않은 한의사의 과오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한의학적으로 간은 교감신경의 흥분과 밀접하고 눈의 병증을 통해서도 간의 상태를 알 수 있다. 한의사는 환자 상태를 통해 병증을 짐작만 하지 말고 짚어야 할 문제는 다른 의원에 의뢰해서 확인하는 것이 옳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장옥정'의 주인공인 숙종도 간 문제로 15세 때부터 고생했다. 실록에 따르면, 인후통으로 시작해 오한과 오심 증상에다 황달까지 나타난 숙종이 '시령탕'이라는 한약 처방을 받고, 5일 만에 황달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7일 만에 대부분 증상이 해소돼 의관들에게 "평상시와 같으니 더 이상 묻지말라"고 하교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현대의학적 치료가 병행됐다면 숙종은 그의 뜻을 오랫동안 펼치며 태평성대를 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강조하고픈 것은 시령탕, 생간건비탕 등의 효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의학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치료에 적용한다면 더 많은 간염환자들이 더욱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종진 프롤로통증의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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