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상)

가만 있어보자…손주 이름 뭐였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1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일단 치매가 발병하면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증상이 빨리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1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일단 치매가 발병하면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증상이 빨리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얼마 전 고향에 다녀온 곽대영(가명'40) 씨는 평소와 너무 달라 보이는 어머니 걱정에 한숨이 늘었다. 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은 것을 깜박 잊고는 음식을 태우기도 하고, 전자레인지나 세탁기 등을 다루는 것도 많이 서툴러졌다. 조카나 손주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던 총기는 온데간데없고 '누구더라?'하는 표정으로 당황하기 일쑤였다. "네 어머니가 요즘에 맨날 저런다"고 푸념하는 아버지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치매가 의심스러워 검사를 당부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병이다. 그 이유에 대해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라고 답한 노인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와 사회에도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인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절반 이상

치매는 '정신(지적) 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위한 능력의 소실 정도가 일상생활에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심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 의한 치매로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약 400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 중 10%, 80세 이상은 47%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과 그 외의 다른 지적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뇌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조금씩 손상되어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은 가벼운 건망증이 가장 흔하며, 병이 진행되면서 언어 구사력이나 이해력, 판단력, 일을 처리하는 능력에도 장애가 온다.

두 번째로 흔한 치매는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이 원인이다.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혈관성 치매는 몇 시간 또는 며칠 사이에 갑자기 인지능력이 저하된 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또다시 급격히 저하되는 식으로 단계적 악화의 양상을 보인다.

◆65세 인구 11명 중 1명 치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인구는 54만1천여 명으로 추정됐다. 올 5월 보건복지부는 '2012년 치매 유병률 9.18%, 치매 환자 수 20년마다 2배씩 증가'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11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는 셈이다. 15분마다 1명씩 새로운 치매 환자가 발생해 2030년에는 환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의 증가는 단순히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환자는 물론 간병을 위한 보호자의 고통도 크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치매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당연히 겪는 노화 과정으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그런 이유로 예방, 조기 검진, 치료 등에 대한 관심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처음으로 증상을 인식한 후 병원을 찾기까지는 평균 2.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이는 외국의 1.2년 또는 1.6년과 비교하면 매우 늦은 편"이라며 "치매는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증상의 악화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도움말=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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