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음악다방과 저작권

1970, 80년대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만남의 장소는 음악다방이었다. 직접 음반을 사거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를 통해서, 또는 TV와 라디오에 기댈 수밖에 없던 그 시절, '음악 듣기'에 목말랐던 젊은 음악 팬에게 음악다방은 천국과 같았다. 뭇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신청곡을 골라 들려주는 DJ는 당시 인기 직종이었다. 대구만 하더라도 대학가와 도심의 대부분 다방은 DJ가 있는 음악다방이었고, 자정에는 통행금지가 있었지만 밤샘 영업을 하는 전문 음악감상실도 적지 않았다.

이때 음악다방의 주요 음원은 통칭 '빽판'이라고 부른 해적판이었는데, 그 레퍼토리가 엄청났다. 누가 만들어 유통하는지는 몰라도 단순한 장삿속만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음반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무명에 가까운 엑숨마(Exuma)나 샤크티(Shakti), 퍼시픽 개스 앤 디 일렉트릭(Pacific Gas & the Electric), 넥타(Nektar)와 같은 뮤지션들의 음반이 해적판으로 나왔었다는 것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놀랍다. 해적판 발매업자가 아마도 록 음악에 관한 한 '도사'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음악다방이 퇴조한 것은 1990년대 초중반쯤인데 CD 플레이어가 보편화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놀거리가 다양해진 것이 원인일 것이다. 더구나 90년대 후반에는 MP3 플레이어가 유행하고, P2P 사이트를 통한 음원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음악다방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해 들으며 연인을 기다리거나 시간을 죽이던 시절은 아예 추억이 됐다. 또, 저작권법이 강력하게 시행되면서, 언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공공연하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음악다방이 사라진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었다.

최근 대법원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스트리밍 음원에 대해서도 저작권법을 적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음원도 저작권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 번쯤은 옛날의 음악다방이 부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아쉽지만 이젠 접어야겠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저작권법에 걸리는 판국에 이보다 더 강력한 단속 대상인 LP나 CD를 틀어주는 음악다방의 부활은 가당치도 않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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