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착한 경제' 창구로 정착 '明', 지원 기댄 '묻지마' 설립 '暗'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년

무태식자재협동조합은
무태식자재협동조합은 '무달짜'라는 이동식 중화요리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 서구 동네빵집 업주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설립한
대구 서구 동네빵집 업주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설립한 '서구 맛빵' 협동조합의 빵집에서 손님이 서구맛빵을 맛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1년가량 지나면서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하다. 조합설립 붐이 일면서 베이비붐 세대나 사회'경제 소외계층이 차별화된 아이템을 무기로 조합을 설립, 새로운 경제주체로 역할 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계기관의 막연한 지원을 기대하면서 '묻지마식 설립'도 생겨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뭉치자"

지난 6월 설립신고를 끝낸 '무태식자재협동조합'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야외 이동식 중화요리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2.5t 트럭 적재함에 최첨단 주방시설을 설치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 현장을 찾아간다.'무달짜'라는 이름의 이 밥차는 현장에서 짜장면, 짬뽕 등 중화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1천 명에게 1시간 이내에 제공할 수 있다.

이곳 도기흡 이사장은 "야외 행사를 열 때 통상적으로 먹는 도시락이 비위생적이고 한식류 일색인 점을 고려해 중화요리 밥차사업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무태식자재협동조합은 대구 북구 무태 지역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면서 대구중식봉사나눔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조합원이 설립했다.

이 조합은 초기에 투자금이 부족했으나 최근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협업화사업에 선정돼 공동설비사업 지원금을 받아 2.5t의 밥차를 운영하게 됐다. 도 이사장은 "평소 1t 트럭에 주방 장비를 갖추고 저소득 계층이나 소년원 등에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밥차로 협동조합 수익은 물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설립한'서구맛빵'도 눈길을 끄는 협동조합이다. 대구 서구 동네빵집 업주들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항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서구맛빵은 2011년 개발된 빵으로 빵 표피에 열대지방에서 나는 식물뿌리인 타피오카를 원료로 사용하고 속은 호두, 밤, 해바라기씨, 완두 등 몸에 좋은 천연재료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코코아, 바닐라, 딸기 등으로 빵 색깔을 다양하게 꾸몄다. 또한 밀가루 대신 고구마를 재료로 사용한 고구마빵도 개발하는 등 웰빙시대에 맞춘 차별화를 통해 대형프랜차이즈 빵집에 맞서고 있다. 서구맛빵은 지난해 9월 대구백화점 본점에 입점했고 점차 대형마트 입점 등을 통해 동네빵집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복안이다. 손노익 이사장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에 동네빵집은 아사 상태다. 동네빵집이 뭉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협동조합은 지난 10월 기준 신고 건수가 111건에 이른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초반에는 설립이 다소 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신고 건수가 급증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55개, 교육서비스업 21개, 제조업 15개, 기타 20개 등이다. 설립 기준으로 조합원 수는 평균 12.2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출자금은 평균 1천700만원이다. 이 가운데 30개 협동조합은 소상공인 협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총 3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사업은 협동조합 가운데 독특한 아이템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조합을 뽑아 사업비의 일부(8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사업으로 지원한도는 협업체 당 최대 1억원(특별한 경우 3억원)이다.

대구시 최영호 경제정책과장은"협동조합 설명회와 창업아카데미 등을 꾸준히 하고 있고 시나 지원센터에서 상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에 협동조합들이 시설 설치를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을 하면 성과가 서서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년 7월 협동조합 주간을 기념해 대구경북협동조합박람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자금 지원 기대 버려야

협동조합 설립이 쉬워지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걸음마 단계이며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자금지원을 바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협동조합을 설립한다고 해서 정부나 지자체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없다. 다만 중소기업청이 소상공인 협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협동조합에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석태문 농림수산연구실장은"협동조합을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보고 지원을 바라면서 설립 신고를 했다가 활동을 하지 않거나 관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명회를 하면 지원사업인지를 묻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공동의 권익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인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

대구사회연구소 전충훈 전략사업국장은 "협동조합을 단순히 수익만을 위한 경제조직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며 "자자체가 협동조합 본질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고 전담자 교육 강화나 인원 충원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협동조합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판로 개척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 밖에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노무나 세무 등 법적인 문제도 발생하는 만큼 법률적인 교육이나 컨설팅도 필요하고 기존 대형 협동조합의 도움도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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