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의 불운은 올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와 경남FC의 K리그 클래식 그룹 B(하위 스플릿) 40라운드 마지막 경기. 대구FC는 무조건 이긴 후 강원FC의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구는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0대0으로 비겼고, 강원은 홈구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3대0으로 물리쳤다. 강원이 후반 초반 일찌감치 3대0으로 앞서면서 이날 강등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대구시민운동장을 찾은 대구FC 팬 2천672명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관중은 강등의 아쉬움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일부 관중이 "도대체 강등이 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지만, 시즌 내내 계속된 불운을 피하지 못하고 강등한 아쉬움을 달래는 목소리가 훨씬 높았다. 특히 백종철 감독이 경기 후 곧바로 사퇴를 표명하고 구단의 석광재 사무국장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많은 관계자가 이를 아쉬워했다.
백종철 감독은 "구단이 아낌없이 지원했고,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해서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대구FC의 강등에 대해 축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등할 팀이 아닌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축구협회 관계자는 "시즌 초반 연패로 인해 감독이 바뀌는 사태가 있었지만, 시즌 중반에는 이를 잘 극복했다"면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코칭스태프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구는 시즌 내내 계속된 불운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아쉬워했다.
대구FC는 올 시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구단은 예산 절감을 위해 모아시르 감독 등 브라질 코칭스태프를 모두 돌려보내고 당성증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해 돌풍을 기대했으나 그것은 희망사항이었다. 새로 영입한 브라질 용병 공격수 2명과 아르헨티나 프로팀에서 영입한 미드필더 김귀현이 기대를 밑돌면서 대구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울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종료 직전 두 골을 내리 내주며 역전패당한 후 8라운드까지 3무5패에 몰리면서 당 감독이 중도하차했고, 백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용병 레안드리뉴를 다시 데려오는 등 브라질 용병 2명을 교체하고 주 공격수 이진호를 제주 수비수 최원권과 임대로 바꾸는 등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대구FC가 첫 승을 거둔 것은 후반 라운드가 시작된 14라운드였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울산과의 14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5대3으로 승리하고, 경남과의 16라운드에서 3대2로 이겨 2승째를 거두며 대구는 분위기를 확 바꾸는 듯했으나 이후 홈경기에 발목을 잡혔다. 대구는 7월 3일 홈에서 경남에 승리한 후 이날 최종전까지 홈 11경기에서 5무6패를 기록했다. 홈구장 11경기 무승은 성적뿐만 아니라 팬들의 외면을 받는 등 치명적인 상처였다. 홈구장에서 아쉽게 패하거나 비긴 몇 경기만 잡았더라도 대구는 막판 강등 경쟁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구는 2003년 K리그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중하위권을 전전하다 2부 리그로 추락,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화려한 영광을 안고 시민축구단을 출범시킨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게다가 감독이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하고 2009'2010년에는 2년 연속 꼴찌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구시축구협회 임치근 고문은 "대구FC는 의욕만 앞선 채 너무 무모하게 출발했다. 전용구장 등 인프라 설계와 선수 육성'수급 방향도 구체화하지 않고 매년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며 한해살이를 해왔다. 이근호 등 국가대표 출신 스타들을 팔아 구단 운영비로 메운 것이 가장 안타깝고"고 했다. 임 고문은 "대구FC가 내년 이맘때 1부로 다시 올라서는 것도 좋지만, 대구만의 색깔 있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밑바닥을 잘 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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