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중심 체제가 무너졌다?'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거 의대에 지원할 것이다?' 최근 발표된 2015학년도 서울대 입학전형을 두고 갖가지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대형 입시 업체들은 수능시험 위주로 학습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떠들고 주요 언론들은 앵무새 떠들 듯 이 같은 말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 되풀이해 적고 있다.
과연 이들의 말이 맞는지 하나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같은 이야기들이 정확한 것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이른바 '대학 서열화'로 서울대가 변함에 따라 다른 대학들이 연쇄적으로 변화하기 때문. 즉, 서울대의 새 입학전형을 눈여겨보면 변화하는 대학입시 전체 흐름도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서울대 정시 확대의 겉과 속
서울대의 2015 대입 전형안의 핵심은 정시 전형 확대다. 2013학년도 이후 20% 이하로 줄어들었던 정시가 내년부터 25% 수준으로 확대된다. 올해 552명(17.4%)에서 771명(24.6%)으로 200명 이상 늘어난다. 이에 따라 수시는 2천617명(82.6%)에서 2천364명(75.4%)으로 줄어든다. 수시 일반전형은 1천838명(58%)에서 1천672명(53.3%), 지역균형선발은 779명(24.6%)에서 692명(22.1%)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서울대의 수시 중심 체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전체 선발인원의 75.4%를 수시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준비의 초점은 수시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교수도 "전형별 균형이 맞지 않아 정시 인원을 늘렸지만 계속 정시 인원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단과대별로 분석해 보면 정시 인원 증가 현상은 모든 단과대에 고르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일부 학과에 편향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공과대는 지역균형선발에서 37명, 일반선발 41명이 줄어든 만큼 정시 인원이 78명 늘었고, 사범대는 일반선발에서 61명이 줄어든 대신 지역균형선발이 1명, 정시 인원이 60명 늘었다. 반면 인문대학 경우 지역균형선발에서 12명, 정시 일반전형 4명이 줄어든 만큼 일반전형 모집인원이 오히려 16명 늘었다.
자연과학대학도 화학부, 생명과학부를 제외하고는 2015학년도 모집인원에 변화가 없다. 화학부와 생명과학부는 전년도 수시에서 100% 모집했다가 다른 대학 의대에 동시 합격한 후 미등록 사태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정시모집 인원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정시 인원이 늘어난 단과대도 학과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공과대는 전체적으로 정시 인원이 약 76% 정도 상승했는데 인기학과인 전기'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경우 수시 일반선발 모집 인원은 변화가 없다. 지역균형선발 모집인원의 감소만큼 정시 인원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서울대의 정시 인원 증가는 대부분 지역균형선발 인원 감소와 맞물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학과별 변화는 경영대학 경영학과와 의과대학 의예과다. 경영학과 경우 수시 일반선발 모집 인원을 32명 줄인 만큼 정시 인원을 늘렸다. 이는 경영대학이 정시에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교차 지원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치대 문과 지원 허용의 파급력은?
서울대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인문'자연계열 교차지원의 범위를 의과대 95명,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 40명, 수의과대학 수의예학과 45명으로 확대했다. 주요 입시 업체들은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에 대거 지원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 전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수시 선발이 대세인 의예'치의학과, 수의예과를 놓고 보면 외고, 국제고의 교차 지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치러지는 전형에서 비교과활동과 전공 관련 역량을 내세우기에는 외고, 국제고의 교육과정 자체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외고의 이과반과 의대 준비반 운영에 대해 '학교 지정 취소'라는 강수를 두겠다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자사고, 일반고에 비해 불리한 형편이다.
의대는 정시 정원이 전년도 35명에서 30명으로 줄어들었고 치의학과와 수의예과는 정시 인원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치대 문과 교차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의예과 수시 일반전형 모집 인원이 전년도 20명에서 35명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수능 비중, 강화되나?
2015 서울대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전형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정시 전형은 대학별 고사가 없어지고 수능 선발로 바뀌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도 수능 부담이 한층 커졌다. 고교별로 2명을 추천받아 서류평가와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4개 영역 중 2개 영역 2등급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내로 바뀌었다.
하지만 서울대 모집 인원의 53.5%를 선발하는 일반전형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서류와 면접 준비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오히려 1.5~3배수로 다소 모호하던 1단계 선발 인원을 2배수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서류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면접 역시 학과별로 달랐던 구술면접이 공통문항 위주로 간소화되고 문제풀이형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전공적성면접과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을 더욱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고교 유형에 따라 유'불리에 차이가 있나?
▷영재학교'과학고=영재학교 학생들이 우선선발을 통해 대거 합격하는 반면 과학고 학생들은 면접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치대를 선호하는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은 서류와 면접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시 일반전형에서 여전히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예과는 전년도 대비 일반선발 인원이 증가해 이들에겐 호재다.
▷자사고' 외고=전국 단위 자사고와 외고는 기숙사 체제를 바탕으로 학교별 수시 프로그램이 이미 구축된 상황이다. 수시 인원이 소폭 줄었다고 하지만 일반선발 모집 인원은 별 차이가 없어 손해도 거의 없다. 정시도 수능 100% 선발로 바뀌어 더욱 경쟁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광역 단위 자사고는 앞으로 어떻게 수시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따라 실적에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일반고=서울대는 최근 2년간 학생부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을 강화하면서 지방 일반고 학생들의 선발을 확대했다. 2013학년도 서울대 전체 입학생 3천124명 중 일반고 출신은 2천47명으로 62.4%에 달했다. 서울대 합격자를 낸 893개 고교 가운데 일반고가 804개였다. 지나친 사교육에 의존한 스펙보다는 교내 생활 위주의 평가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특목고보다는 일반고와 자사고 출신의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5학년도에는 지방 일반고가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정시 모집 인원이 24.6%까지 확대됐고 수시 지역균형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3개 영역 2등급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시 모집 인원 증가와 수능 100% 전형이 꼭 일반고 학생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수생과 자사고 학생들의 수능 강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인 합격자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도움말=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053-251-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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