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사진, 조소 작가 3명이 하나의 모티브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영성(靈性)의 자연, 시간의 비늘'전이 31일까지 시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 출신 작가로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철호(판화), 김상희(사진), 리우(조소) 작가가 각자가 바라보는 대자연을 시안 미술관 본관 1, 2, 3층 전시실에 부려 놓았다.
숲과 나뭇잎, 바람소리, 빛, 저녁노을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은 우주의 섭리와 영적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그 자연이 거느리는 시간의 비늘은 켜켜이 생명을 품은 채 빛나며, 부서져 날리고 쌓이기를 거듭한다. 과거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된다.
박철호 작가는 숲의 한 부분을 실크스크린으로 떠내고 그 위에 페인팅 작업을 한 작품과 함께 사계절의 숲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그린 대형 회화작품, 숲을 비추는 빛다발의 설치작업과 자연에서 느끼는 '정신의 쓰나미'현상을 투사한 물감작업, 그리고 아크릴 박스와 LED조명을 이용해 자연의 속살을 투영하는 작품 등을 선보인다. 박철호의 주된 관심은 자연의 미세한 결, 즉 꽃의 피고 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나 풀, 새의 날갯짓, 빛살의 파장, 파도의 흐름 등을 통해 삶과 세월의 결을 읽어내고, 그 갈피마다 품고 있는 시공(時空)의 켜를 온몸으로 느끼고 형상화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도 우리의 삶도 예술도 모두 미완과 미결의 흔적들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상희는 검 프린트(Gum Print) 기법으로 오래된 나뭇잎의 느낌을 살린 사진작품을 통해 과거의 시간성을 현재화하는 한편, 낙엽이 품고 있는 찰나의 영원성을 반추하게 한다. 그녀의 작업은 오래전 책갈피에 끼워놓았던 낙엽을 오늘 아침 문득 발견하고, 그 잎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과 추억 등, 삶의 질감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검프린트는 중크롬산 염과 아라비아고무 혼합물의 감광성을 이용한 것으로, 네거티브 원고(노광량에 비례)에 따라 빛을 받은 부분과 받지 않은 부분과의 경화도 차이에 의해 화상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 오래된 기법을 다시 호출함으로서 작가는 찰나의 순간이 포착한 시간의 지층과 시간의 비늘을 새롭게 현재화하여 보여주려고 한다.
리우는 300여대의 컴퓨터 본체를 조립해 새로운 석굴암의 이미지 구축물을 만들고, 역시 컴퓨터 부품으로 조립한 인왕상, 보살상, 십대제자상 등을 실크전사 작업으로 설치했다. 톱과 조각칼을 이용해 스티로폼에 대리석의 질감을 부여해 만든 대형 본존불 위로는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과 파도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흐른다. 첨단과학과 종교, 자연이 한자리에서 만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포함하는 '영원한 현재'가 되는 것이다. 리우의 작품이 설치된 미술관 3층은 천정이 맞배지붕의 삼각 공간을 이루고 있어 석굴암의 원형 돔 없이도 천개(天蓋) 표현이 가능한 공간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 첨단 테크놀로지의 모조현실을 들여다 놓음으로써 통일신라시대 이래 예불의식이 행해졌던 종교유적을 재현한다. 2층에서 3층으로 계단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본존불과 3층 전시실에 올라와서 바라보는 본존불, 작품 속으로 들어가 마주서는 본존불, 작품의 뒤쪽 빛과 그림자로 보는 본존불은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인 동시에 별개의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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