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뷰티풀 게임

1990년대 후반, 위성방송을 통해 스페인 프로축구를 접하게 되었다. '호나우두'와 함께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히바우두'라는 선수의 현란한 플레이가 좋아 FC바르셀로나라는 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일 월드컵 브라질 우승의 또 다른 주역 '호나우지뉴'가 바르셀로나에 합류하면서 바르셀로나는 여타 클럽과는 뭔가 다른 매력적인 플레이로 보는 사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세밀한 패스와 빠른 공격 전개로 힘과 높이로 승부하는 투박한 축구와 대비되는 스타일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였던 '호나우지뉴'는 '외계인'이라는 별명답게 축구 만화나 게임에서 나올법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곤 해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깝게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팀에 패해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주저앉은 2004-05시즌 '호나우지뉴'의 옆에 전혀 축구선수스럽게 생기지 않은 작은 소년이 바로 현재 축구의 신, 메시아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였다. 2005-06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바르셀로나에서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꽃피울 것처럼 보였던 '호나우지뉴'가 이듬해부터 왠지 모를 침체에 빠지며, 지구인이 되어갈 때 이 앳된 소년은 점점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2008년 '호나우지뉴'가 팀을 떠나며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은 메시는 2008-09시즌 팀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초보 감독 과르디올라와 함께 들어 올렸고, 자신도 모든 선수상을 휩쓸었다. 이듬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의 '호날두'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프리메라리가로 건너오며 스페인 축구는 '신계'와 '인간계'로 나누어졌다. 그전까지 유럽리그 특급 골잡이들의 한 시즌 득점수는 20~30골 정도였는데, 두 선수는 갑절 가까운 40~50골을 한 시즌에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로 프로 열 번째 시즌을 맞은 메시는 아직 만 스물여섯이다.

바르셀로나 축구의 매력은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발로 하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마치 손으로 하는 플레이처럼 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완벽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의 빈틈을 노린다. 21세기 세계축구는 절대강자 바르셀로나와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수많은 팀들과의 경쟁 속에서 발전해왔다. 바르셀로나 덕에 만년 우승후보에만 머물렀던 스페인 국가대표팀도 유로2008 우승 이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게임이란 원래 이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바르셀로나라는 팀은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 좀 더 고급스럽고 멋있게 이기는 축구를 보여주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멋있게 잘'하는 것이 보는 사람을 더 매료시키는 법이니까.

최영(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furyoung@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