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건설경험이 전혀 없었는데다 사전 준비마저 충분하지 못해 순탄치 않았다. 공사 중에는 정차역 추가설치 요구나 노선계획 변경 등 각종 민원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특히 부실공사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픔 속에 완공된 고속철도지만 '속도혁명'을 일으킨 것에 대한 성과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질을 크게 바꾸어 놓은 고속철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국내 최대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 체질을 바꾼 고속철도
고속철도 개통으로 본격화된 속도혁명은 국민 삶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KTX 정차역은 소위 'KTX 경제특구'로서 사람과 자본, 기술이 몰려들어 지역 내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이 3시간 생활권으로 편입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비싼 서울이나 수도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장거리는 고속철도, 단거리는 자동차'라는 새로운 교통패러다임도 생겨나고 있다. '주말부부'가 줄고 기업체 등에서는 '1박 2일 출장'이 '당일 출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시간 단축 및 서울과 지방 간 공간 일체화에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다.
고속철의 탄생으로 지역균형 발전이 촉진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가 지방으로 신속히 파급되면서 지역 간 정보격차가 크게 완화됐다. 지역 간 연결 시간이 단축되면서 대도시의 업무 편의가 증진됐고, 지역민의 수도권으로의 교육, 의료,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도 수월해졌다.
이와 함께 고속철은 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에도 기여 한다. 고속철 권역에서 벗어나 있던 경주, 울산 지역의 관광이 활성화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첨단기술 선도하는 미래창조 산업
고속철 기술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다. 우선 첨단기술이 사용되는 고속철로 인해 일반 철도'지하철 및 경전철 등 타 교통수단의 종합 설계능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됐다.
예를 들어 고속철의 공기역학(Aerodynamic) 기술은 항공기'자동차'유도미사일 등 고속으로 이동하는 차체의 형상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차체기밀 및 압력파 방지기술은 승객들의 이명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로써 항공기'잠수함 등의 설계에 반영되고 있다.
컴퓨터 자동제어, 자기진단 기술은 산업기기 자동화 및 산업용 로봇, 주문형 반도체산업 등에 활용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종합 처리 기술은 소프트웨어, 정보산업 등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광섬유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기술은 근거리'원거리 통신망(LAN'WAN) 등 부가가치 통신망 구축에 기여했다. 고속철의 대용량 전력변환 및 Gate Control 기술은 가전제품, 산업용 동력변환, 로봇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경량'고강도 신소재 기술은 자동차의 경량화 등 소재산업에 접목됐다.
고속철의 국산화로 인한 예산 절감 효과도 쏠쏠하다. 고속철과 관련해 국내에서 자체 개발된 기술은 고속차량 13건, 전차선 및 신호 분야 7건, 시설 분야 1건 등으로 예산절감 및 고용창출은 물론 기술축적을 통한 고속철도건설 기술의 자립화로 해외철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고속철은 사업관리기술 특허를 고리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1단계 사업에서 비용을 절감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업관리 기법(PM)을 도입했다. 2단계에서는 여기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GIS 기반의 독자적인 3차원 사업관리 시스템(GPMS)을 추가 개발했다. 공단은 이 GPMS로 국내특허를 얻어 국내 사업관리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켰으며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아 중국 시장에서 사업관리 업무를 수주하는 등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굴뚝 없는 친환경 산업
철도는 공해물질 배출량이 버스의 절반 수준이며 승용차의 6분의 1, 항공기의 12분의 1에 불과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특히 전철화에 따라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면서 공해물질 배출량은 더욱 감소했다. 열차주행 시 분진 외의 대기오염은 거의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내 공기업 최초로 ISO/OHSAS 국제인증(영국표준협회)과 국내인증(한국표준협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2004년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로 고품질의 고속철도건설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고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을 통해 저탄소 녹색경영 체제를 강화했으며, OHSAS 18001(안전경영시스템)로 철도건설에서 발생하는 인명 및 재해 등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공단은 재해율에서도 건설업체의 평균재해율 0.5%보다 낮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철도건설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단은 이들 인증서를 중국 하다선'수투선'무광선 등의 수주 시 입찰 자료로 활용하는 등 해외진출에 활용하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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