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산(黃山). 중국인들에게는 '천하제일기산'(天下第一奇山)으로 통한다. '조그마한 게' 해발 8,000m급 이상 되는 히말라야 산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잖은가. 2,000m도 안 되는 봉우리들이 모여 있지만 1만4천 봉에 이르는 기암괴석, 위풍당당한 소나무, 아찔한 절벽, 절묘한 봉우리들을 감싸는 끝없는 운무….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아, 여기가 바로 선계(仙界)로구나."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황산이 만들어내는 황홀경에 빠지다 보면 비로소 느낀다. 인간은 한 줌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케이블카로 중턱 오른 뒤 산행
운이 좋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몇 번을 황산에 갔어도 맑게 갠 날의 황산을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일 년에 몇 날을 빼곤 맑은 날을 볼 수 없어서다.
황산 산행은 보통 케이블카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중턱까지 오른 후 산행을 시작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다닐 수 있다. 운곡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백아령, 옥병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영객송, 태평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단하봉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운곡 케이블카를 이용하지만 트레킹을 원하는 사람들은 옥병 케이블카. 서해대협곡 절경을 보려면 100인승 태평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이곳을 이용하면 지난해 개설된 모노레일까지 이용해 보다 편하게 구경을 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출발점을 삼아도 황산 하면 떠오르는 기암과 소나무, 운해 풍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서해대협곡을 보기 위해 태평 케이블카를 타고 단하봉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기암절벽을 휘감고 있는 허공다리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 눈을 두는 곳마다 웅장한 산세가 펼쳐진다. 급경사를 이룬 절벽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할 정도로 아찔하지만, 그 또한 최고 풍경을 담고 있다.
'五嶽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嶽'(오악귀래불간산 황산귀래불간악). '중국의 명산인 오악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이 시시하다'는 옛말은 과장이 아니다. 다만, 삭도(索道)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도중의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은 편하게 빨리 올라가는 목적도 있지만 걸어서 등반하면서 보지 못하는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2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광명정. 높이는 1,860m다. 이곳에서는 황산이 자랑하는 대부분의 봉우리를 구경할 수 있다. 눈을 들어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리니 파노라마 영상이 펼쳐진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몇 배로 부풀려서 여기저기 세우고 비스듬히 눕혀 놓은 것 같다.
◆기암괴석 펼쳐진 서해대협곡
이름난 절경이 수없이 많지만 서해대협곡은 단연 으뜸이다. 황산 24협곡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일반인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2001년 개방됐지만 워낙 코스가 험난해 일반인들이 산행을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7월 모노레일이 완공되면서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서해대협곡을 종주하려면 5시간 정도 걸리는데 모노레일을 사용하면 1시간 30분 정도면 가능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름없는 곳에 내려서니 황산이 속살을 보여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로 뾰족하게 서 있는 기암괴석, 그 사이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가다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절경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절벽 위로 놓인 허공다리를 걸을 때면 다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이내 마음을 빼앗긴다.
'황산을 보고 나면 그 어떤 곳도 눈에 차지 않는다'는 얘기는 서해대협곡의 기암괴석을 일컫는 말 같다. 21년의 공사 끝에 2001년 개방했다. 깎아지른 듯한 험준한 계곡으로 둘러싸인 절벽 주위로 기암과 기송, 운해 등 황산의 비경을 다른 어떤 곳보다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황산을 오르다 보면 마주치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날마다 자기 몸무게와 버금가는 짐을 양 어깨에 지고 가는 지게꾼과 몸이 불편한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가마꾼이다. 황산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 숨은 공로자다. 몇 년 전 모 카드회사 광고에 이들이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황산 관광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 빈민층이다. 4㎞에 우리 돈으로 1만원 조금 넘게 돈을 받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도 어떤 이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지요."
◆가깝고도 먼 황산
황산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황산이 5악, 즉 태산(泰山), 화산(華山), 숭산(嵩山), 항산(恒山), 형산(衡山)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심산유곡에 있어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많이 가까워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황산까지 고속도로가 나 있고. 항주에서는 2시간 거리다. 대구에서 직항이 없기 때문에 김해공항을 주로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 상하이를 거쳐 황산으로 가야 한다. 거의 12시간 이상 걸린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황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면 반드시 멈춰 서서 구경해야 한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걷다가 자칫 계단을 헛디딜 경우,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로 직행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천둥'번개에 위험한 우산보다 비옷이나 방수가 되는 긴소매 재킷과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준비하면 좋다.
계단은 모두 20만 개가 넘는다. 지금도 그 수가 늘고 있다. 그래서 황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일반적인 등산로라고 하기엔 좀 넘친다. 등산화가 따로 필요 없다. 기능성 등산복도 양손의 스틱도 어색하다. 대부분 계단길이라 그냥 평상복으로 걷기에 충분하다.
▶황산=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면적 154㎢ 둘레 120㎞가 되는 산. 해발 1,000m 이상 봉만 72봉에 이르며 24계곡을 가진 산이다. 면적이 133㎢인 우리나라 한라산국립공원보다 약간 넓다. 산 전체가 붉은색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산이 누렇다고 해서 황산(黃山)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중국 고대 전설상의 시조 삼황(三皇) 중, 중국인에게 물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황제(黃帝)가 이 산에서 선단(仙丹)을 만들며 신선으로 살았다는 전설에 따라 당나라 때부터 황제의 황 자를 따서 황산(黃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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