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가정보원이 어제 밝혔다. 장성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핵심 후견 세력이다. 그의 왼팔'오른팔이라던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은 공개 처형됐다. 장 부위원장의 실각과 측근 처형은 북한 권력 구도에 심각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장은 그동안 북한의 2인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그의 부인이다. 그는 3대에 걸친 권력 승계 과정에서 김정일에게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토록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현 후계 구도 확립에 공을 세웠고 이후엔 '섭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장이 실각한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김정은이 집권 2주년을 앞두고 친'인척 등 가신을 척결했다는 설이 유력한 가운데 군부 강경파인 최룡해와의 2인자 다툼에서 밀렸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핵심 측근들이 저지른 비리를 내세우고 있다. 어쨌거나 김정은이 집권 2주년을 앞두고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장이 숙청됐을 개연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북한의 권력 구도 변화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장은 군부 강경파에 맞서 중국식 개혁에 관심을 보여 왔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북한의 특구 개발 및 외자 유치를 주도해 온 것도 장이다. 장의 실각이 자칫 군부 강경파의 득세와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경우 대남 대외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내부가 동요하면 북은 이를 단속할 목적으로 대외 긴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 권력 구도 개편 관련 정보 수집과 대응에 조금도 소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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