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차임벨이 울리면 관중은 어김없이 "오승환"을 연호한다. 웅장한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배경음악 삼아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사실상 승부는 끝. 국내 무대를 평정한 오승환이 이제 푸른 사자 유니폼을 벗고, 일본 호랑이(한신 타이거즈)로 다시 태어나 일본 프로야구 정벌에 나선다.
오승환은 4일 국내서 한신 입단식을 했다. 한신 팬들은 오승환이 29년 만에 한신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신은 오승환에게 팀 최고의 소방수를 의미하는 22번을 배정했다. 22번은 지난 시즌까지 한신 최고 소방수로 활약한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가 달았던 번호다.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대우(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연봉 3억엔, 인센티브 등 총 9억엔)로 오승환을 영입한 한신은 감독이 오승환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등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대우를 준비하고 있다.
한신은 물론 일본프로야구가 오승환을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삼성에서 보인 활약 때문이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9년 통산 444경기에서 277세이브(28승13패1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최소경기 100세이브(180경기), 최연소'최소경기 150세이브(26세 9개월 20일, 254경기), 최소경기 200세이브(334경기), 시즌 최다세이브(47세이브) 등 세이브 부문 각종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 4월 7일에는 대구서 NC를 상대로 역대 최초로 250세이브까지 달성했다.
역대 6번밖에 나오지 않은 한 시즌 40세이브 이상 기록은 혼자서 세 번이나 작성했고, 47세이브 고지는 오직 오승환만이 두 번 밟았다.
2005년 데뷔하자마자 10승11홀드16세이브로 신인왕을 차지한 오승환은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 알리는 계기를 맞게 됐다.
2006년 9월 28일 대구에서 LG를 상대로 세이브를 따내 46세이브로 아시아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이룬 오승환은 시즌 마지막 경기인 현대전이 열린 수원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5대0으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 팀으로선 위기였으나 세이브를 추가할 수 있는 오승환으로선 더없는 기회. 오승환은 대타 전근표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현대가 품은 역전의 희망을 사라지게 했다. 9회말에는 우익수 뜬공, 3루수 파울플라이, 유격수 땅볼로 3명의 타자를 차례로 요리, 대망의 47세이브째를 찍었다.
이후 2011년, 오승환은 다시 한 번 47세이브를 거두며 자신이 세웠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최다기록이자 일본의 이와세 히토키(주니치)가 2005년 세웠던 아시아 최다 세이브(46) 기록을 뛰어넘은 신기록. 또한, 오승환은 2007년 10월3일 대구 한화전에서 40세이브를 기록, 프로 최초로 2년 연속 4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렇듯 각종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한 오승환을 맞는 한신은 그가 일본무대마저 평정하길 바라고 있다. 오승환의 강력한 라이벌은 공교롭게도 오승환에게 아시아 신기록을 빼앗긴 이와세. 1999년 데뷔 후 15년째 주니치에서 뛰는 이와세는 15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하는 꾸준함을 과시하며 일본 최고의 마무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올 시즌에도 36세이브를 보태 일본 최다인 통산 382세이브(53승41패)를 달성한 이와세는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와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서 2대2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1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에게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결승 투런포를 맞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서 있었던 투수였다.
이와세는 벌써 오승환과의 신경전을 예고했다. 이와세는 오승환과의 라이벌 관계를 예측한 일본 언론에 "상대 투수는 보지 않고 타자만 상대하기 때문에 오승환에 대한 인상은 없다. 47세이브를 올린 것도 처음 들었다"며 관심 없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오승환을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