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관계 부처 간 혼선은 대북 정보 수집 및 평가'판단 시스템에 심각한 기능 부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그의 거취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관련 부처는 제각기 딴소리를 했다. 정확한 사실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장성택 측근의 처형 사실을 공개하고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류 장관은 4일 국회에서 "장성택이 실각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순히 설(說)이라고 하기에는 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다음날 "(실각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으나 그렇다고 국정원의 판단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국방부의 견해는 국정원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김관진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또 장성택의 소재에 대해서도 "어디 있는지 저희 능력으로는 확인이 안 된다. 우리 군사적 감시 체제 갖고는 (파악이) 안 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장성택이 실각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장성택이 실각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알 수 없다고 하니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엇박자는 결국 정부의 정보'안보 라인이 '제 팔 제 흔들기' 식으로 각개 약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는다. 장성택 실각설 공개를 "사전에 듣지 못했다"는 김관진 장관의 국회 답변은 이런 의심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장성택 실각설 공개 같은 중대한 문제는 관계 부처 간 정보의 교차 검토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풍문인지 정교하게 걸러내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안보회의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런 과정이 통째로 생략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장성택 실각설을 둘러싼 혼선은 관계 기관 간 공조 부재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의 와해를 말해 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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