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신부·작가 등 저명인사 27명 성철 스님 추모하다

'참선 잘 하그래이'/ 김형효'한승원 외 다수 지음/ 김영사 펴냄

"참선 잘 하그래이."

이 책의 제목이 된 이 말은 성철 스님이 1993년 열반에 들기 전에 수행자들에게 남기고 간 짧은 멘트다. 하지만 그 울림은 크다. 또 다른 명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하고도 당연한 말 같지만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귀감이 된 성철 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많은 불자와 일반 국민이 이 말의 의미를 또 되새기고, 그 속에 담긴 세상의 진리와 마음가짐 등에 대해 깊게 사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계 종교 지도자 중 성철 스님만큼 존경받고, 회자하는 인물이 있을까 싶다. 그런 탓에 큰 고승의 열반 20주년을 기념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 이 책 역시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성철 큰 스님의 열반 20주기를 기리는 뜻으로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문장가들의 모임인 '사계'의 작가들을 공동저자로 내세워 펴낸 것이다. 문단, 학계, 예술계, 종교계, 언론계 등 '사계'의 저명인사 27명은 이 시대의 큰 스님을 함께 추모했다. 이들 중에는 성철 스님을 직접 뵌 분들도 있고, 간접적인 가르침을 받은 분들도 있다.

잠시 성철 스님의 삶을 반추해보자. 1967년 '자기를 바로 봅시다'로 대중을 향한 가르침을 시작한 성철 스님은 암자를 막고, 10년 동안의 동구불출(암자 밖으로 나서지 않음)과 8년간의 장좌불와(오래 앉아 있을망정 눕지는 않음)로 수행의 최고 경지를 이뤘다. 18년 동안 해인총림의 방장으로 퇴설당과 백련암에 머무르며, 서릿발 같은 선풍의 기강을 드높여 '가야산 호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981년 조계종 종정으로까지 추대되었지만, 산문 밖으로 잘 나서지 않았으며 짧은 법어를 내려 큰 울림을 전했다. 삼천 배가 아니면 만남을 허락하지 않고, 평생을 검소하고 투철한 수행으로 살아왔기에 한국 불교계의 큰 산맥이 된 분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우담바라'의 저자 남지심 소설가는 삼천 배를 하고도 큰 스님을 먼발치에서밖에 뵐 수 없었던 회한을 추억하며, 열반소식을 듣고 다비장에 가서 합장으로 스님을 보낸 사연을 담아냈다.

큰 스님의 열반 20주기 추모 에세이집을 함께 쓴 공동저자 중에는 성철 스님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많다.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한승원 소설가, 이계진 방송인, 박성배 뉴욕주립대 불교학 교수,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호승 시인, 김성동 소설가, 최태만 미술평론가, 황순일 불교학자 등이다. 392쪽, 1만5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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