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세 시대 은퇴의 재발견] <4부>외국의 은퇴 문화 ①이런 실버타운이 뜬다

젊은 세대와 함께 사는 日 내집 같은 실버타운

실버타운 유이마루에서 입주자와 방문자가 함께 벌이는 불꽃축제 모습. 이곳은 외부와의 소통과 교류가 최우선 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
실버타운 유이마루에서 입주자와 방문자가 함께 벌이는 불꽃축제 모습. 이곳은 외부와의 소통과 교류가 최우선 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

◆때론 함께 때론 홀로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을 달리자 나타난 나가노현의 사쿠다이라 실버타운. 사회복지법인 경노원(敬老園)이 운영하는 공동주택형 실버타운이다. 신칸센 역사 바로 옆에 있는 5층의 나지막한 빌라형으로 입주자는 모두 50여 가구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 살면서 사생활을 누리고, 전체 주민이 함께하는 공동모임에 참여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원하면 5분 이내에 각종 의료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날 1층에는 이곳 주민의 나무 조각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월 2회 주민 교류회를 통해 함께 모여 생일을 축하하고 1층에 있는 식당에 모여 노래도 부르고 영화감상도 한다. 1주일에 한 번은 차 마시는 날로 정해 차도 마시고 온천지역이라 족욕을 하고 있었다.

2년 전 이곳에 왔다는 이치가와 후미코(82) 할머니는 "교통이 편리하면서 자연이 아름다워 멀리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녀는 "지난 7월 남편을 떠나보냈는데 모두가 도와줘서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며 "지금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동차로 쇼핑도 하고 식품을 사서 직접 밥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주민들이 자주 모여 외롭지 않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도와줘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곳 시설은 철저히 고령자인 주민 위주로 되어 있다. 대문은 침대가 나다닐 수 있도록 미닫이문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화장실 물을 사용한 흔적이 24시간 없으면 센서가 작동해 주민들의 안전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엘리베이터 역시 그 안에서 입주민이 쓰러질 경우 센서가 작동해 알려주고 있었다. 월세는 평균 20만엔(220만원)정도였다.

복지법인 경노원 츠치야 타다토시 이사는 "신칸센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최대목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도쿄도 히노(日野)시에 위치한 유료 고령자 주택 '유이마루'. 도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4층짜리 아파트 2개 동인 실버타운이다.

이곳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세대 공존형 하우스'란 콘셉트 때문이다. 고령자 아파트 2개 동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젊은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3개 동이 있어, 자연스럽게 고령자들이 20~30대 젊은 층과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웃으로의 자연스러운 접촉 외에 세대교류를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고령자들이 젊은이들에게 기모노 입기나 뜨개질을 가르치는 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또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같이하는 행사도 열었다. 특히 연말연시와 명절 때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전통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지난해 교류 행사 때 젊은이들에게 칵테일을 대접해서 인기를 모았던 미야모토 요시오(83) 할아버지는 "젊은이들과 함께 사니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설관리자인 구시비키 준코 씨는 "젊은 세대의 아파트는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유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월세'관리비'생활비'간병비를 합쳐 한 달 20만~25만엔(약 250만원)이 든다. 중상위급 시설이다.

도쿄도 주변엔 유이마루보다 한 발 더 나간 세대 공존형 하우스도 있다. 고령자들과 젊은 세대가 아예 아파트 한 동에서 살면서 서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교류 활동에 적극인 참여를 조건으로 젊은이들에게 월세를 깎아주고 있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사회와 동떨어진 시설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함께 소통하고 오랫동안 살았던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실버타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공동고령자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였다.

일본에서는 고령자 거주시설이 10여 종류가 넘었다. 질병 유무, 간병 서비스의 종류와 간병 보험 적용 여부, 입주금액과 월세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는 일시금이 1억엔(약 11억원)이 넘고, 월세만 100만엔(약 1천100만원) 이상 드는 최고급 실버타운에서부터 80만~90만원 정도의 저렴한 특별 양호 노인 홈까지 다양하다. 국가나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특별 양호 노인 홈은 전국 6천250개소, 수용인원은 44만 명 정도다. 여기엔 여성 입주자가 70~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취재 후기= 실버타운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던 집과 같은 익숙함과 편안함이었다. 찾아간 실버타운에는 각자 집에 문패가 걸려 있었고 각 세대에 처마를 달아 '마을' 같은 분위기를 내려 애쓰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통이었다. 이들은 동네 젊은이들과 교류하고 있었고 휠체어로 바로 앞 가게에 가서 물건도 사고 동네 맛있는 식당에서 밥도 먹었다. 단절되지 않는 삶이다. 또 실버타운에서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터미널케어를 추구하고 있었다. 병원 중환자실이 아닌 사는 집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그들은 돈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했다.

일본 도쿄에서 글'사진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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