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세계대전의 암운이 드리우던 1930년대, 영국 옥스퍼드의 대저택 달링턴 홀에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달링턴 홀의 집사장 스티븐스(안소니 홉킨스 분)는 오랜 경험과 타고난 치밀함으로 이 대대적인 행사들을 매번 빈틈없이 치러낸다. 달링턴 경을 절대적인 주인으로 섬기며 충성을 다하는 스티븐스는 아랫사람들의 기강 확립과 효율적인 집안 관리를 위해 추호도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순간에도 발병이 난 외교 사절을 접대하는 침착함을 보이는 스티븐스, 이토록 차갑기만 한 스티븐스 앞에 어느 날 매력적인 하녀 장 켄턴(엠마 톰슨 분)이 나타난다. 켄턴은 스티븐스의 냉정한 태도 이면에 따스한 인간미가 있음을 간파하고 호감을 느낀다. 스티븐스 역시 켄턴에게 끌리지만 그럴수록 마음의 빗장을 더 굳게 걸어 잠근다. 결국 스티븐스의 이중적인 태도에 지친 켄턴은 다른 남자와 결혼해 영국 서부로 떠나버리고, 독일과의 화합을 추진하던 달링턴은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인 부호 루이스 전 의원을 새 주인으로 모시게 된 스티븐스는 모처럼의 휴가를 얻어 지난날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며 켄턴이 사는 서부의 클리브던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후 노년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마주한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가슴 속에 담아둔 애틋한 감정을 풀지 못한 채 각자의 일상을 향해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1930년대 후반, 2차세계대전 중인 영국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스티븐스라는 한 영국인 집사의 투철한 직업관과 헌신, 절제, 그리고 하녀 장 켄턴과의 애틋한 사랑을 묵직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거대한 저택과 함께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정상급 연기자들의 열연, 그리고 2차세계대전에 휘말리는 격동기 유럽의 시대상과 극적인 국제 관계가 배경으로 펼쳐진다. 러닝타임 138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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