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 의원 수는 47명이다. 전체 의원의 15% 정도로 아직은 소수다.
하지만 국회 내 여성 의원들의 존재감은 단순 수치보다 훨씬 높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패션으로 무장(?)한 여성 의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칙칙한 검은색 정장 일색의 남성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화사한 색깔의 옷을 입은 여성 의원들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패션 외교'를 선보인 이후 여성 의원들의 옷차림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 종결자를 자처하는 여성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검은 정장에서 미니스커트로
과거 여성 의원들의 옷차림은 어두운 계열의 정장이나 블랙이나 화이트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젊은 의원들의 국회 진출이 늘면서 상당히 파격적인(?) 의상이 등장하고 있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 30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원했다. 보라색은 통합진보당의 상징색이지만 짧은 미니스커트는 국회의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짧은 스커트는 다소 예외지만 컬러풀한 옷을 입고 패션 경쟁에 나서는 여성 의원들은 많다.
지난 10월 17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의 경우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과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각각 자신의 당 상징색 재킷을 입고 국감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류 의원은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통일된 옷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재킷과 안에 받쳐 입은 옷까지 빨간색을 선택한 그는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 등의 액세서리를 빠짐없이 챙겼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재킷으로 국감장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파란 재킷에 검은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그는 류 의원과는 달리 귀걸이만을 착용한 단정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같은 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이날 남성 의원들 사이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흰 셔츠에 검은 재킷을 입은 대부분의 남성 의원들과는 반대로 검은 줄무늬 블라우스에 흰 재킷을 입었다.
패션으로 정치적 의도를 나타내는 여성 의원들도 있다.
지난 4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공항패션' 사진을 공개했다. 재킷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군용 전투화까지 신은 채 공항을 찾은 모습이었다.
진 의원이 튀는 공항 패션을 보인 것은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막기 위해서다. 옷차림을 통한 이색적인 '퍼포먼스'였다.
미니스커트 논란을 일으켰던 김재연 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 위기 이후로는 검은색이나 흰색 톤의 정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지역 여성 의원들은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을 맡고 있는 비례대표 출신의 강은희 의원은 패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사업을 할 때도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 패션이었다. 가방 등에는 사치를 안 하는데 옷은 신경을 쓴다. 옷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변인을 맡고 난 뒤부터는 언론에 등장할 일이 많아 평소보다 옷차림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뿐 아니라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이나 이언주 전 민주당 원내 대변인도 화려한 계통의 옷을 입고 등장해 종종 화제를 뿌리고 있다.
권은희 의원(대구 북을)도 평소 세련된 패션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차분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옷을 주로 선택하지만 파란색이나 보라색, 빨간색 계열의 바지 정장을 주로 입으면서 포인트를 준다. 간혹 분홍색, 주황색 등 튀는 색을 입기도 한다.
지역 출신 두 여성 의원 모두 남성 의원들이나 주변으로부터 '옷차림에 대해 칭찬'을 들으며 얼굴에 화색이 돌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대구 출신의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패션 감각이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달 3일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 때는 검은색 재킷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녹색이 가미된 화려한 스카프로 포인트 줘 눈길을 끌었다.
국회 관계자들은 "여성 의원들이 늘면서 국회 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며 "올 하반기 여야 정쟁으로 국회 분위기가 심각한 경우가 많았지만 화사한 옷차림의 여성 의원들 덕에 분위기가 종종 부드러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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