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릴레이, 나눔을 함께하는 사람들] 빈대떡은 사랑을 싣고~

1호 '최영경할매빈대떡' 홍영숙·정정림 씨

최영경할매빈대떡
최영경할매빈대떡' 대표 홍영숙(오른쪽), 정정림 씨가 매일신문사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획한 '나눔릴레이, 나눔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6일 홍 씨와 정 씨가 빈대떡 가게에서 보훈가족에게 음식을 대접한 후 사랑의 하트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최영경할매빈대떡' 상인점에 6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최영경 할매빈대떡을 운영하는 홍영숙(46'여), 정정림(43'여) 씨가 초대한 보훈 가족 어르신들이었다. 홍 씨와 정 씨는 "겨울을 외로이 보내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돼 행복하다"며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1950, 60년대의 모습을 담은 추억의 영상 상영과 아마추어 플루트 연주자들의 재능기부를 통한 플루트 연주도 있었다. 11시 15분쯤부터 시작된 식사 대접에는 빈대떡과 돼지불고기, 도토리묵무침 등이 어르신들에게 제공됐다. 조남조(85'여'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젊은 사장이 몸이 불편한데도 노인들을 대접해 줬다는 사실이 매우 고맙다"며 "정말 기특하다"고 말했다.

◆휠체어테니스 선수'감독 출신='최영경할매빈대떡' 사장 홍영숙, 정정림 씨가 매일신문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나눔릴레이, 나눔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2009년 빈대떡 가게를 열면서 나눔의 삶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홍영숙 씨는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더이상 일어설 수 없는 장애를 앓게 됐다.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홍 씨는 1994년 대구에 처음 도입된 휠체어테니스를 접하면서 여성 휠체어테니스 선수 1호가 됐다. 홍 씨는 "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고 활동적인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휠체어테니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때 정정림 씨를 감독으로 만나 연을 맺게 됐다. 국내에서 휠체어테니스 선수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여성 휠체어테니스 선수 랭킹 세계 7위까지 올라갔던 홍 씨는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고민하던 홍 씨와 정 씨는 홍 씨의 어머니가 하던 빈대떡 가게를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사실 '최영경할매빈대떡'이라는 상호도 홍 씨의 어머니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홍 씨와 정 씨는 2009년 빈대떡 가게를 열면서 '나눔'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정 씨는 "홍 사장과 나는 휠체어테니스를 통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그때 받은 사랑을 다시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빈대떡 가게를 운영해 얻은 수익 대부분을 나눔과 기부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뒤 빈대떡 가게 차려 나눔 실천=최영경할매빈대떡은 2009년 처음 개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의 홀몸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최영경할매빈대떡은 현재 대구지역 4곳의 지점이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빈대떡을 팔아 얻은 수익의 대부분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재가노인복지협회 등 사회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애망원과 같은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돌잔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6일 행사처럼 매달 한 번씩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 행사도 연다.

두 사장의 봉사활동과 나눔의 재원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철저히 빈대떡 가게의 수익으로 이뤄진다. 빈대떡을 팔아 얻은 매출 중 가게 운영 경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을 나눔의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때로는 나눔활동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두 사장이 갖고 가야 할 최소한의 월급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사장의 빈대떡 장사는 날로 커져 6개월 전 문을 연 상인점까지 총 4곳의 체인점이 생겼다. 정 씨는 "상인점에서 행사를 연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퍼 주면 남는 게 있느냐'는 주변 분들의 걱정에 '그렇게 퍼 드려도 새로 지점을 열 정도로 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홍 씨와 정 씨는 지속적인 나눔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홍 씨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의 삶은 힘겹다"며 "나눔활동을 계속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씨와 정 씨는 다음 나눔릴레이 주자로 장애아동들이 국화를 키워 판 돈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을 추천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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