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빙판 위 풀어낸 소녀의 스토리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찬사"

안나영 국제심판 관전평…연기수행·감정전달 9.5점, 스토리 안 끊겼으면

빙판 위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음악에 맞춰 아주 정성껏 표현하면서 풀어냈다. 힘들었고, 즐거웠고, 재미있었던 자신의 일을, 또 미래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쉴 틈 없이 쏟아졌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우리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트림 없이 들으려고 했고, 듣고 난 후 공감을 했다. 그리고 그 소녀에게 잘했다고 격려했다. 이 또한 멋진 스토리였다.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의 예술적 요소를 평가하는 요소는 스케이팅 기술(Skating skill), 연결동작(Transition), 연기수행(Performance), 안무(Choreography), 감정전달(Interpretation) 등 5개 항목이다. 평가점수는 최고 10점을 만점으로 해 점수를 부여한다. 이번 골든스핀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는 연기수행과 감정전달부분에서 9.5점을 최고점으로 받았다. 단 0.5점이 모자랐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점프의 실수로 중간에 프로그램 스토리가 잠시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1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예술적인 성숙미가 확연히 돋보였다. 마치 초등학생들의 무용동작과 전문 무용수의 동작이 비교되는 것처럼 손가락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릎과 발목의 리듬감 있는 적절한 사용으로 정확한 스케이트 날의 에지의 조절능력과 발의 정확한 위치, 여러 방향으로 공간을 바꿔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또한 엔진의 역할을 하는 음악의 강약 템포에도 패턴의 비율을 고려한 적절한 점프, 스핀으로 잘 표현했다.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모두 7개의 점프가 구성되었는데 실제적으로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풀어내면 모두 11개의 점프를 수행했다. 대부분 선수는 점프 2개를 뛰고 나면 스핀이나 스텝 등 강도가 약한 요소로 잠깐 호흡을 고르는데, 김연아 선수의 이번 프리 프로그램은 점프를 4개 연달아 뛰고, 점프와 연결되는 스핀을 한 다음 다시 점프 5개를 연달아 뛰었다. 그만큼 쉴 틈도 없이 슬픔, 기쁨, 열정 등을 점프'스핀에 감정을 담아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점프, 스핀, 스텝 등의 각 요소에도 +2, +3의 가산점을 받을 만큼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래서 호흡이 좀 가빴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까지는 한 달 남짓 남았다. 소녀는 우리에게 아주 예쁘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할 것이다. 아마 그때는 더 거침없이 우리에게 완벽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그 소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안나영 계명대 교수(피겨스케이팅 국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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