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은 내친구] 벌금 대신 치르는 하루 노역비?

액수따라 5만∼수억원 천차만별

'피고인을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형사소송 판결문에 나와 있는 주문 내용이다. 이처럼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으로 대체해야 한다. 실형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제사범의 경우는 교도소, 집행유예나 벌금형만 선고받을 경우엔 구치소 등의 노역장에 유치돼 노역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원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하루 노동의 대가를 얼마로 할지 판결문에 미리 결정해 주는 게 보통이다. 일반적인 하루 노역비는 5만원.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하루 일당 5만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역비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선고받은 벌금형의 규모와 징역 또는 노역의 최대 기간을 계산해 5만원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엔 노역 일당이 높아지기도 한다.

실제로 하루 노역비가 수천만원, 심지어 수억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역비를 높여 벌금을 상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지방검찰청이 세금 포탈로 6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벌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도피 행각을 벌인 40대를 붙잡아 대구구치소 노역장에 유치했는데, 벌금이 워낙 고액이다 보니 하루 노역비가 '2천만원'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만약 이 경우 하루 노역비를 통상의 5만원으로 잡는다면 무려 300년 이상을 노역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벌금형이 확정된 뒤 30일이 지나면 검찰에서 강제징수 절차에 들어가고, 재산 압류, 부동산 경매 등의 조치를 통해 벌금을 거둔다. 그런데도 벌금을 안 내거나 못 낼 경우엔 형법 69조에 따라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노역을 통해 벌금액을 충당(환형유치)하게 하는데 벌금 규모에 따라 노역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기도 한다. 환형유치 기간은 최대 3년이다.

대구교도소 한 관계자는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는 노역수들은 대부분 벌금 액수가 많지 않아 노역 기간이 짧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돈 있는 사람은 대부분 벌금을 내 교도소로 들어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노역수라고 해도 몸이 좋지 않다는 등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노역을 시키지는 못한다. 그래서 노역을 하지 않고 수형자들과 분리된 노역수 방에 그냥 머물면서 벌금을 대신한 노역 기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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