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가 보조금, 언제까지 줄줄 새게 내버려둘 건가

검찰과 경찰이 지난 6월부터 국가 보조금 비리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3천300여 명을 입건하고 이 중 12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이들은 1천7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부당하게 지급받거나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 분야의 부정 수급액이 40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용'농수축산'연구개발'문화'체육'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보조금이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비리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큰 데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공무원들이 결탁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북 의성의 건강복지타운 대표는 공무원과 짜고 공사 기성률을 조작해 18억여 원을 빼돌린 후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월세를 내고 고급 외제차를 굴렸다. 수사망에 걸린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 교사와 원생을 거짓으로 등록하고 보육 관련 보조금과 특별활동비 94억 원을 가로챘다.

국가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비리의 뿌리가 깊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사례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나 정부'지자체의 자체 감사로 밝혀진 보조금 비리 사건도 수없이 많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서류 점검이나 현장 검증 등이 허술해 빚어진 결과이다. 보조금 관리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보조금 비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46조 4천900억 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의 14%나 된다. 복지 수요 등이 커짐에 따라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까지 세수를 늘리고 있는데 한쪽에서 세금이 줄줄 샌다면 보조금 효과는 줄어들고 세정에 대한 반발은 커지게 된다.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현장 점검을 더 철저히 하고 합동 단속과 신고 체계 및 보상을 강화하는 등 개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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