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재임(1998~2003년) 당시 별명이 '경제 황제와 포청천'이었던 중국 지도자 주룽지(朱鎔基)는 1991년 4월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회 회의에서 부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그때 주룽지는 이순(耳順)을 넘긴 63세 때였다. 덩샤오핑과 함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를 탄생시킨 주룽지는 외국 기업인에게 선물받지 않는 지도자, IQ가 200이 넘는 지도자로 부패와의 전쟁을 내내 이끌었다. "나에게 열 발의 총알이 있다면 아홉 발로 부패 관료를 쏘아죽이고, 남은 한 발로 자살하겠다"고 선포했던 주룽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42세에 우파 분자로 낙인 찍혀 직장을 잃고 공산당적을 박탈당했고, 문화혁명 때는 하방(下放'지식인과 간부를 시골에 보내 육체노동을 시킴으로써 사상을 개조하는 것) 당해 간쑤성에서 돼지를 쳤다. 하방 때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을 세운 주룽지는 지천명에 자유를 얻었다. 명예를 회복하고 당적까지 갖게된 실력파 주룽지는 비(非) 상하이 출신으로 상하이 시장이 됐다(87년).
1989년 봄, 중국 청년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운동을 일으켰을 때 베이징은 군대를 동원하여 천안문 사태를 일으켰지만, 주룽지는 평화적으로 수습했다. 이런 주룽지를 본격적으로 등용한 것은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네 마리 용이 10% 내외의 고도성장을 실현하고 있던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도 중국은 4~5% 성장에 그쳤다. 덩샤오핑이 SOS를 쳤다. 주룽지는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한다"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인용하며 부총리에 취임하자마자 반부패와 개혁의 선봉에 섰다.
비판과 마타도어가 난무하면, "나는 대중을 위협한 적이 없다. 단지 부패한 공무원을 위협했을 뿐"이라면서 당당하게 전쟁을 일으켰다. 부패 관료에게는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각오로 100개의 관을 준비해두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택한 140대 국정 과제 가운데 75번째 과제는 '100세 시대 국가 평생학습체제 구축'이다. 100세 시대 개인의 행복과 사회 번영을 이끄는 요소로 평생학습을 인식한 것은 시대적인 흐름에 맞다. 전세계가 성인학습경쟁으로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 평생학습률보다 5%포인트나 더 떨어진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국평원)의 역할은 그래서 막중하다. 새로 임명될 국평원 원장의 인선도 그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평원은 학력'스펙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이 인정받는 창조성 중심사회, 행복한 학습 일자리 창출의 중심축에 있다. 그런데 국평원 원장 공모와 채용에서의 투명하지 못한 처리 때문에 국평원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연은 국평원 원장 1차 공모에서 서류 심사를 통과하여 면접에서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도 최종 면접자들이 함량미달. 조직장악력 미흡, 발표력 부족 등 석연찮은 이유로 떨어졌다는 소문 때문이다.
1차 국평원 원장 공모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떨어진 지원자들과 수십만 평생학습계는 VIP가 개입됐는지, 교육부 마피아(서울대 교육학과 중심) 짓인지, 교육부 장'차관 혹은 실국장의 내 사람 심기 때문인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모 국회의원은 이번 국평원 원장 인선과 관련해서 VIP(대통령)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지만, 그럼 현장에서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느냐고 되묻는다. 아랫사람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 제대로 보고 받고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전 여론 수렴 과정에서 현장전문가를 쓰야 국민행복학습시대를 열수 있다는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응모한 전문가들이 원인불명으로 원장 후보 추천에서 취소당했으니 납득할만한, 투명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는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듯 보인다. 혹자는 교육부가 마음만 먹으면 국평원에 감사를 한두 번 하고, 타 기관과 통폐합 시키는 것은 일도 아닐 정도로 권력을 휘두를 우려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날 발상이다.
이제는 한국의 관료사회에 주룽지와 같은 인물이 나와야한다. 뽑아주었으면 원칙을 갖고, 부패와 싸울 사람이 필요하다. 부패를 근절시키기는커녕 내식구나 챙기고, 연줄 따라 자리나 만들려는 관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한국판 주룽지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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