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기다려주는 부모

"만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의 얘기이다. 대여섯 명의 자녀를 양육했던 이전 부모들보다 한두 명의 아이를 가진 요즘 부모들은 자기 자녀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이와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는지 등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연관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녀교육을 위한 특강이나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직접 아이를 데려가 자녀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도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자녀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혹시나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 조급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애쓰는 부모의 바람이나 기대와는 달리,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길보다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에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것이야. 잘 되면 너 좋지 부모가 좋으냐"라고 하면서 부모의 의도대로 이끌려고 한다.

10여 년 전 둘째 녀석이 중학생이었을 때이다. 어느 날 아들과 절친했던 같은 반 학생이 동네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의 부모 마음은 오죽했을까. 이 사건 이후 난 아들의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성적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거의 상관하지 않았으며, 아이가 원하는 일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주었다. 그렇다고 애를 무관심하게 두었거나 팽개쳐버린 것은 아니다. 아들이 자기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가도록 해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했다.

아이들도 또래관계, 학교생활, 혹은 학업성적 등으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생활에 활력을 준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분노와 적대감을 가지게 한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 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지 잘 알아보고 가능한 한 그 스트레스를 줄여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선 특히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사례를 많이 본다. 부모는 아이보다 오래 살았고 또 많은 경험을 했으므로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의도한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아이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참견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곤 한다. 부모의 조언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조언을 하더라도 부모가 생각하는 쪽으로 아이를 과도하게 몰아서는 곤란하다. 이럴 경우 부모의 조언은 간섭이 되어버린다. 가능한 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단 아이에게 맡겨두고 기다려보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 여겨진다.

아이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면서 성장해 간다. 부모세대와는 달리 아이들의 미래 삶은 단선적이지 않다. 태어나 자라면서 겪는 경험, 시행착오 그리고 학습 등을 통해 아이가 원하는 길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부모가 될 수는 없을까!

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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