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된 사실이 9일 공식 확인되면서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장성택이 40여 년간 권력 핵심에 포진해 있었던 만큼 숙청 인원이 적게는 1만 명에서 3만 명에 이를 것이란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장성택 일당'의 행위를 최고 수위 범죄인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로 규정한 만큼 피의 광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숙청이 이뤄진다면 당'정'군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장성택의 측근들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정일 시대부터 최고 권력자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이철 전 스위스 대사,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시절부터 고락을 함께한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이영수 당 근로단체 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리종무 체육상 등도 장성택 라인으로 꼽힌다. 이들과 달리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 당비서는 8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 부위원장을 비판하며 선전전에 동원된 만큼 신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미의 관심은 최측근인 지재룡 주중대사의 거취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대중관계를 맡고 있어 그를 처형하면 자칫 북중 관계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재룡 대사 처리 문제를 놓고 북한 지도부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청 규모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아버지 김정일의 사례를 준거로 삼을 수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3년 뒤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이른바 '심화조사건'으로 알려진 숙청작업을 통해 간첩색출 명목으로 3만여 명을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냈다. 내년 김정은 체제가 3년 차에 접어들어 최고 권력자 사망 이후 시점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번 숙청도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화조사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년 이상 착실하게 권력승계 작업을 거친 뒤 원숙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숙청의 칼날을 빼 들었다면 김정은 1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한 지 2년에 불과하다. 서른에 불과한 나이에다 카리스마가 부족해 리더십이 불안한 상태란 점을 감안하면 마구잡이로 숙청을 단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1위원장이 장 부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제거한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숙청의 신호탄이라기보다는 장 부위원장의 측근들에게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민심이반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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