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강기 비상전화 의무화됐는데…80% '생명선' 없다

대구 2만 대 등 40만 대 대상 홍보 미흡 설치 여부도 몰라

정전대비 승강기 긴급구조훈련 모습. 소방대원이 시민을 신속히 구조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전대비 승강기 긴급구조훈련 모습. 소방대원이 시민을 신속히 구조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9월부터 전국 모든 승강기에 비상통화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대구시내 대부분 건물에서는 설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강기 비상통화장치란 승강기 고장으로 인한 위급상황이나 건물관리인이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 사고 발생 시 유지관리업체와 119로 바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3월 승강기 내부에 비상통화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승강기 검사기준 전부 개정 고시 안'을 발표해 9월 15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이는 2011년 9월 전국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 때 엘리베이터에 승객이 장시간 갇히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비상통화장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전국적으로는 40만5천여 대, 대구에만 2만1천여 대의 승강기가 비상통화장치 설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개정된 고시가 적용된 지 석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 비상통화장치의 설치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엘리베이터 중 약 20%만이 비상통화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대구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구지역 엘리베이터 대부분이 비상통화장치 설치가 안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승강기 안전검사를 하면서 설치 여부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승강기 비상통화장치의 설치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고시 안의 시행시기와 유예기간 등이 정확하게 홍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상통화장치를 설치한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상통화장치 설치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다"며 "'고시가 시행돼도 유예기간이 있다'거나 '승강기 검사받기 전에만 설치하면 된다'는 식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돌아 언제 설치해야 할지 판단을 못 해 설치 시기를 맞추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3월 고시를 발표하면서 9월 15일까지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며 "안 그래도 관련 문의전화가 많아 7월 승강기유지관리업체에 관련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비상통화장치의 가격이 비싼 것도 설치를 주저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수성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들어서야 아파트 내 승강기 비상통화장치 설치 입찰을 실시했다. 이 아파트가 설치를 미뤘던 가장 큰 요인은 예산 문제였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 대당 120만원 안팎으로 하는 비상통화장치를 당장 설치하기에는 아파트 관리 예산이 부족했다"며 "최저가 입찰로 설치업체를 정할 계획이지만 예산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아파트 주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너무 싼 것도 할 수 없고, 승강기 설치업체의 제품은 믿을 만 하지만 단가가 비싸 결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전행정부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승강기마다 매년 1회 실시하는 안전점검을 통해 비상통화장치 설치가 되지 않은 승강기에 대해 2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승강기는 안전 불합격 처리와 함께 자치단체에 통보해 승강기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