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며칠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중국 스모그라는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며 "환경부의 대책 마련을 두고 보자"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바람과 비가 대기환경 대책?
대구시가 뚜렷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미세먼지 농도가 옅어지고, 비가 멈추고 바람이 줄면 다시 농도가 짙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달 6일 아침까지 이어졌던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을 해소한 것은 바람이었다. 3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미세먼지 농도는 6일 아침까지 이어지며 측정망별로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6일 오전 6~8시 사이 110~170㎍/㎥를 보이며 전날 같은 시간보다 최고 3배까지 높은 농도를 보인 것. 미세먼지 농도의 상승기세는 바람이 세지면서 꺾였다. 4, 5일 아침(6~9시)에 0.6~1.1m/s이던 바람이 6일 같은 시간에 1.7~2.7m/s로 높아졌고, 정오 이후에 3~4m/s의 바람이 불면서 미세먼지가 걷혔다.
7, 8일 풍속이 떨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9일 오후 3, 4시쯤 비가 내리기 전까지 정점을 찍었다. 동구 율하동은 9일 오전 11시~오후 5시 105~158㎍/㎥로 높은 농도를 유지하다 오후 6시에 83㎍/㎥로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렸다. 측정망별로 9일 최고 수치를 보면 서구 이현동은 정오에 149㎍/㎥를 기록했고, 북구 노원동과 달서구 갈산동, 중구 수창동 등은 오후 1시에 149와 140, 114㎍/㎥를 보였다. 이들 측정망은 모두 비가 온 뒤 50㎍/㎥ 밑으로 농도가 내려갔다.
결국 풍속이 낮아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창문을 닫아 놓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공기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외부의 오염물질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더라도 내부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공기의 질이 나빠진 것.
김해동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최근 풍속이 줄어들면서 대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안개가 미세먼지의 응집력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부에서 유입된 대기 오염물질은 대구 분지 내에서 정체돼 쌓여가고 더불어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만 바라보는 대구시
대구시는 내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미세먼지 예보제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는 예보의 문제점을 환경부가 보완해 최종 시행안을 확정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가 내년 미세먼지 예보제를 전국 6개 권역 단위로 예보할 계획이어서 대구는 전체 영남권 안에 묶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달성군을 제외한 지역을 하나의 단일권역으로 이뤄지는 대구시의 미세먼지 경보제보다 세밀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환경부는 2017년은 돼야 16개 시'도와 227개 시'군'구 단위로 예보를 세분화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현재 10곳의 측정망을 통해 구 단위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음에도 자체 경보제를 세밀하게 보완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년 대구시를 포함한 5대 광역시에 미세먼지 통계모델과 예보기준안을 보급해 지자체별로 예보가 가능하도록 기반을 제공한 바 있다. 서울시의 경우 환경부가 내년 5월부터 수도권 지역 초미세먼지 예보를 시범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초부터 자체 초미세먼지 예보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는 등 별도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력과 정보도 부족하다. 현재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생활환경과 소속 직원 1명이 혼자서 미세먼지 예'경보제를 담당하고 있다. 또 대구시 내 측정망 10곳의 수치 이외에 다른 기상정보와 스모그 등 외부 이동 오염원에 대한 데이터 등은 환경부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미세먼지 경보제의 농도 기준을 조정하거나 지역'시간별 단위로 세분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며 "미세먼지 예보제 시행과 배출량 감축,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관리 강화, 친환경차 보급 등 환경부가 앞으로 큰 틀을 잡으면 거기에 맞춰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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