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대중교통 이용의 즐거움

필자는 승용차가 없다. 사업을 하면서도 자가용이 없다고 하면 처음 듣는 분들은 좀 의아한 표정이다. '불편하지 않냐?'는 뜻일 게다. 물론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외환위기 때 실패로 생활이 곤궁해지면서 차를 처분해 버렸다. 그 후 형편이 나아지고도 차를 사지 않았던 것은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상 볼일을 볼 땐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디 멀리 갈 때는 친지의 차를 얻어 타곤 한다.

습관 때문에 유익하지 않아도 곁에서 떨어뜨리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담배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커피가 그렇다. 범위를 조금 넓히면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거의 다 그렇다.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승용차다. 많은 분들이 자가용을 생활필수품쯤으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애초에 차가 없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예전엔 없으면 없는 대로 다 살았다. 괜히 차를 가지고 나서 주차문제 등 골치 아픈 일만 늘어났다.

필자는 물류 운수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말하자면 차에 대해서는 전문가란 얘기다. 아무리 경차라고 하더라도 승용차 한 대를 보유하게 되면 한 달에 소요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자동차 값, 기름 값, 보험료 등 보이는 비용이 다가 아니다. 감가상각, 기회비용 등 간접비용까지 생각하면 상상 이상이다. 경제력만 뒷받침되면 별문제 없겠지만 빠듯한 서민의 가계는 발목이 잡히고도 남는다. 맨발로 뛰어도 따라갈까 말까 한데도 말이다.

버스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다. 자가운전에선 누릴 수 없는 여유다. 요즘은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환승이 자유로워 대중교통 이용이 더욱 편리해졌다. 그 덕분에 다양해진 코스를 선택하는 재미까지 생겼다. 서민에겐 지금의 차비도 부담스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차비도 무척 싸다는 느낌이다.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지산동에서 영천 금호까지도 1천100원이면 갈 수가 있다. 40㎞가 넘는 거리이니 거의 횡재 수준이다.

필자는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아 절약되는 돈을 살림에 보태지는 않는다. 반은 남을 위한 좋은 곳에 쓰고, 나머지 반은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나름 부자로 사는 방법이다. 아껴 쓰는데도 자꾸만 쪼들린다면 일단 차부터 처분해 보자. 차는 생각보다 돈을 많이 먹는다. 요즘 경제 여건을 볼 때, 서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질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기업만 부도나는 게 아니다. 가계도 적자가 쌓이면 파탄이 난다. 유비무환, 대비가 상책이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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