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지난 2002년 12월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권영길 후보가 방송토론회 때 기존 정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던진 말로 세간에 널리 퍼졌다. 여기다 한 개그맨이 개그 소재로 패러디하면서 어린아이까지 입에 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1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다른 도시에 비해 그나마 먹고살 만하다는 포항은 어떨까? 잘 알려진 대로 포항의 주력산업인 철강경기의 침체로 인해 포항의 각종 경제지표도 예전 같지 않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6.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7.1%나 떨어졌다. 다른 철강사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결코 나아졌을 리가 없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11월 조사결과 포항은 청년인구의 유출이 늘고 산업인력이 고령화되면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산업인력이 일시에 퇴직하는 2020년이 되면 소비위축과 부동산경기 침체, 지방재정수지 악화 등이 동반될 수 있어 관련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갈수록 삶이 팍팍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지갑이 얇으니 남의 어려운 사정 봐주기도 힘들어지니까 더 걱정이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특히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내년 6월 4일에 실시된다. 정치는 무릇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벌써 출마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출마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제발 거창한 구호나 지키지 못할 헛공약을 남발하지 말고 부디 서민들이 잘살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공약을 세워 주길 바란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 아닌 당선 후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진정한 공복이 될 수 있는 후보를 서민들은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대구경북권 가운데서도 포항과 경주의 경기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항은 산업인력 퇴직에 따른 숙련기술력 승계와 금융건전성 확보, 청년 및 여성 일자리 창출, 인구구조개선 등의 노력이 집중돼야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나아갈 길도 제시했다.

대부분 서민 살림살이와 직결된 사안들이다. 대안이 제시된 만큼 서민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출마자들은 제발 정치꾼이 아닌 진정한 정치인이 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도록 힘써 주기를 기대해 본다.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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