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용복의 지구촌 모험] <63>콜롬비아

아마존 정글 탐사 최고 전초기지는 브라질이 아니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아마존강 지류.
비행기에서 바라본 아마존강 지류.
보고타 시내에서는 다양한 연주회(사진 위)나 파티가 열려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고타 시내에서는 다양한 연주회(사진 위)나 파티가 열려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미의 아마존은 나일강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긴 강이다. 남아메리카 북부의 안데스 산맥에서 시작해서 적도를 따라 동쪽으로 흘러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무려 6개국을 거쳐 대서양으로 들어가는 강이다. 길이만 약 6천400㎞이고 세계 전체 담수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지구 생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4만여 종의 생물과 거대한 자원의 보고이자 생명의 원천으로 지구의 산소를 4분의 1이나 생산해 지구의 공기정화기 역할을 담당한다.

아마존강이 브라질의 머리를 관통해 흐르고 있어 아마존하면 브라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콜롬비아도 국토의 3분의 1이 아마존 정글지대다. 아마존이 워낙 넓은 지역을 흐르고 있어 전체를 다 탐험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마존 정글 탐사의 전문가들은 콜롬비아의 최남단 정글 도시 레티시아를 아마존 정글 탐사 최고의 전초기지로 꼽는다. 레티시아는 브라질, 페루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도시인데 거리 하나를 건너면 브라질, 강 하나 건너면 페루와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티시아로 가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비행기이다. 육로는 없다. 정글이 너무 울창해 길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페루나 브라질에서 아마존강을 타고 레티시아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콜롬비아에서 가는 가장 적합한 경로는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남미 어느 지역이나 안전한 곳을 찾기는 어렵지만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도 마찬가지다. 콜롬비아는 좌익게릴라의 테러와 파블로 에스코바를 중심으로 한 마약 카르텔로 유명한 곳이었다. 1980년대 전설의 마약 마피아 단체가 판사와 검사까지 죽이고 비행기를 폭파하는 반정부 테러가 빈번했던 곳이 콜롬비아다.

그러나 2002년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의 취임 이후로 테러 조직이 급격히 와해되었고 콜롬비아 사회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치안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2010년 한 해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무려 1만5천400건에 이르니 외국인에게 편히 여행할 곳은 아니다. 필자도 보고타에서 테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마약 테러 단체의 테러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에게 당한 테러였지만….

아마존에서 두 달여의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때였다. 보고타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몇 시간의 짬이 나 보고타 시내를 관광하려고 공항의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관광안내소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차와 가이드를 소개 받고 시내 구경을 나갔는데 문제는 가이드가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었다. 서로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일단 출발은 했는데 이 가이드는 나를 그렇고 그런 관광객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가이드 녀석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몸 파는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 홍등가로 데리고 갔던 것이다.

나를 데리고 간 곳이 매춘굴인지도 몰랐고 낮 시간 영업이 활발하지 않은 때라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던 나는 갑자기 소리를 치며 삿대질을 하는 여성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순히 사진을 꺼리는 여성이라 생각하고 다른 곳의 사진을 계속 찍으며 차가 지나가려는데 이번엔 덩치가 산만한 여성이 차를 막고 섰다. 조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차 문을 잠그고 창문을 올리려는 순간 차 주위로 벌떼 같이 여성들이 에워쌌다. 여성들뿐이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달려드는 집장촌의 주먹잡이들까지 차로 달려와 아직 다 닫지 못한 창문으로 손을 집어 넣어서는 나의 멱살을 잡고 캠코더를 뺏으려 덤벼들었다.

여행 중 재산 목록 1호가 캠코더 인지라 항상 어깨끈으로 캠코더를 메고 다녀서 쉽게 뺏기지는 않았지만 차안에서 한바탕 완력 싸움이 일어났다. 나를 안내했던 가이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을 터이니 차 문을 꼭 잡고 있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었다.

캠코더를 뺏기지 않으려는 나 때문에 더욱 흥분한 여성들은 이젠 하이힐을 벗어 들고 차 보닛과 지붕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내 몸을 보호하는 얇은 차량 철판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잘못하다간 캠코더가 아니라 목숨도 부지 못할 것 같았다. 살아서 이곳을 빠져 나가려면 캠코더를 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오랫동안 찍은 자료를 다 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캠코더의 메모리 카드만 빼서 내주자 여성들의 테러가 멈추기 시작했다.

메모리 카드를 받고 사람들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서 길을 비켜 주었다. 목덜미와 손등에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였다. 가이드는 걸음아 날 살려라 냅다 차를 몰았다. 테러를 당한 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우리가 테러를 당하는 현장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경찰관들이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콜롬비아는 매춘이 불법이 아니기에 화대를 주지 않고 도망가는 녀석들이 있으면 떳떳하게 신고를 할 수 있는 곳이라 못된 동양인 녀석이 재미만 보고 도망가는 거라 여긴 모양이다. 가진 돈 모두 털어 차량 수리비로 지급해 주고 메모리 카드를 찾으려고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보고타가 꼭 위험한 곳인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엔 출국하기 전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보고타는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고 치안이 안정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볼리바 광장 주변 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며 주말이면 광장 곳곳에서 행위예술이나 마당놀이 같은 공연이 펼쳐진다.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만들어졌던 고풍스러운 건물과 남미 사람의 흥과 정서가 어우러진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곳이다.

글'사진 도용복 오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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