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뮤지컬 열기와 문화에 다시 한 번 놀랍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을 만든 두 주인공이 7일 대구를 찾았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서울 서울 서울', '바람이 전하는 말' 등 가왕(歌王) 조용필의 주옥같은 명곡 30여 곡을 작사'작곡한 김희갑(1936년생)'양인자(1945년생) 씨 부부가 바로 '명성황후'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해 만난 천생연분이다. 아내의 감성이 물결 치는 가사에, 남편은 옥쟁반 같은 아리따운 선율을 덧입힌다.
부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세월을 비켜간다. '명성황후'의 음악들은 10년 동안 새롭게 거듭나며, 지금의 완성된 '작품'으로 뮤지컬 넘버를 꾸미고 있다. 작곡가 김희갑은 "무당이 나와서 애를 낳게 해주기 위해 굿을 펼치는 수태굿 장면과 무과 급제 장면 등은 수많은 고민 끝에 나온 수작(秀作)"이라며 "아직도 문학소녀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아내가 가사를 잘 쓰고, 제가 또 많은 실험(여러 가지 멜로디를 써서, 더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작업)을 거쳐 만든 뮤지컬 음악"이라고 밝혔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탄생 배경이다.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 윤호진 대표는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먼저 동갑내기 소설가 이문열을 찾아가 대본을 쓰도록 부탁했다. 이문열이 어렵게 허락하자, 이제 음악이 문제였다. 우연히 택시에서 정지용 시인이 쓴 시 '향수'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윤 대표는 아름답지만 노랫말을 붙이기에는 어려운 가사에 '이토록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음악을 덧입힌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감탄했고, 그 작곡가라면 '명성황후'의 음악을 잘 만들어줄 것이라 확신했다. 박인수-이동원이 부르는 '향수'노래를 작곡한 이가 바로 김희갑이라는 사실을 알고 윤 대표는 그때야 김희갑의 부인이 작사가 양인자임을 알았다. 윤 대표는 "어차피 하게 될 거, 빨리하자"며 김희갑-양인자 부부를 설득했고, 10년 동안의 작업 끝에 국산 창작뮤지컬 대작의 음악이 나오게 된 것이다.
김희갑과 대구의 인연은 더 놀랍다. 북한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1'4 후퇴 때인 1951년 대구로 와서 1958년까지 살았다. 이때 25야전병동에서 접시를 닦으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접했다. 아버지와 친구의 영향으로 음악을 알게 된 그는 미군 부대 악단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실력을 키웠으며, 이후 '김희갑 악단'을 만들어 그 명성을 대한민국에 떨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도 청년시절에 생활했던 대구 곳곳(봉덕동, 봉산동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실제 만나보니, 김희갑의 부인 작사가 양인자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았다. 아직도 소녀의 감성을 갖고 있다. 한때 부산의 천재 문학소녀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결혼하고 5년 후쯤 윤호진 대표를 만나, 지금껏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순수 창작뮤지컬 음악이 전 세계에서 찬사를 보낼 정도니, 저도 자랑스럽다"고 좋아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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