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농업학교가 지난달 30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에서 김장 무 배추 수확과 김장체험을 끝으로 2013년 하반기 과정을 마쳤다. 대구시 교육청과 매일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대구자연과학고와 대구도시농업학교가 공동 주관한 대구도시농업학교 2013년도 하반기 과정에는 초보 도시농부 100명이 참가했으며 올해 8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대구자연과학고에서 텃밭 가꾸기 이론수업과 실기 작업을 병행했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무 씨앗과 배추, 상추 등 모종을 심었던 도시농부들은 서리 내리는 초겨울까지 농사를 지었다. 반소매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밭으로 나섰던 농부들이 두툼한 방한복에 털모자를 쓴 채 올해 농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도시농부들은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채소가 타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서둘러 밭으로 나가 물을 주었고, 날씨가 추워진 뒤로는 행여 서리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대구도시농업학교 1년 마무리
도시인들이 생애 처음 김장 무와 배추를 직접 길렀다는 사실 외에도 대구도시농업학교의 성과는 컸다.
초보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풀을 뽑는 동안 생명의 신비를 만끽했다. 직접 채소를 재배하면서 맛본 즐거움은 지금까지 듣고 배워서 알던 지식과는 또 다른 행복이었다. 이 작고 허약한 모종이 살기는 할까 반신반의했지만 한 아름 통배추로 자라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작은 씨앗이 종아리만큼 굵은 무로 자라는 모습에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비록 시장에서 파는 채소보다 다소 왜소하지만 직접 기른 채소라 그런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텃밭에 나와 있는 동안 일상의 잡다한 고뇌를 잊을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즐거움이었다. 안영호 씨는 "텃밭 농사는 직장 업무에 비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밭에 나와 있노라면 상념이 사라진다. 농사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활동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옛날 고향의 부모님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젊은 시절 고향에 가면 무엇이라도 싸주려고 애쓰던 부모님처럼, 작은 면적이지만 직접 농사를 짓다 보니 자식들에게 갖다 주고 싶은 채소가 생겨서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근교에 작은 토지를 마련해 둔 사람들도 몇몇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귀촌까지는 아니더라도 노후에 조금씩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었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도시농업학교를 통해 조금이라도 농사를 배우게 되어 좋았다. 앞으로도 몇 년 더 배우면 꽤 그럴듯한 농부가 될 수도 있겠다"며 기뻐했다.
참가자 권계순 씨는 "사람이 작물을 아끼는 방법과 작물이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철철 넘치도록 물을 주었는데, 배추뿌리에는 물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바짝 마른 땅에 1차로 물을 주고 겉흙이 충분히 젖을 시간을 준 다음 2차로 물을 주어야 식물의 뿌리까지 물이 스며들더라"며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방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도시텃밭의 가장 큰 성과는 이웃과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개강 후 두 번째 주까지만 해도 데면데면하던 도시농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웃 텃밭 농부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물을 이렇게 주면 되나요, 상추는 어떻게 솎아 내죠. 어찌 된 일인지 무가 자라지 않아요. 퇴비는 어디서 구하셨어요. 이렇게 생긴 벌레는 잡아야 하나요, 놔둬야 하나요' 등으로 시작해서 소소한 일상의 정까지 나누게 되었다.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고, 실례합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라고 운을 뗄 필요도 없었다.
참가자 국맹수 씨는 "이웃 공동체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바빠서 일주일 동안 텃밭에 나오지 못했는데, 이웃 농부가 나를 대신해 내 텃밭에 물을 흠뻑 주고 갔더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시농업학교 참가자들은 이런 텃밭이 도심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도심의 공터는 물론이고 관공서 건물 옥상, 아파트 옥상에도 무게가 덜 나가는 흙을 얹어 농사를 짓고, 저녁 퇴근길에는 옥상에 들러 채소를 수확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저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은 "대구시 교육청 옥상은 물론이고 관내 몇몇 학교의 옥상에서 채소를 가꾸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교육청 직원들과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학교 옥상 텃밭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 교육감은 "도시텃밭뿐만 아니라 목공예, 그림 등 학교에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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