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쯤 대구 북구 대구실내빙상장. 하얀 빙판 위에서 200여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입김이 나왔지만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학생들은 얼음 위에 넘어지고도 까르르 웃었다. 스케이트가 서툰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고 움직였다. 한쪽에선 선발대회를 앞둔 초등학교 피겨 선수들이 회전을 연습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빙상 열풍이 불고 있다. 김연아와 이상화, 모태범 등 한국의 빙상선수들이 최근 세계대회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대구시내 빙상장에는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대구실내빙상장을 찾은 달성초교 3학년 정효산(10) 군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얼음을 지치는 재미에 머리가 온통 땀에 젖었다. 정 군은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어 뼈가 부러질 듯 아프기도 하지만 얼음 위를 달리는 느낌이 재미있어서 좋다"며 "최근 이상화 선수가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케이트를 잘 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국동계체육대회 선발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빙상장을 찾은 피겨선수 정선우(11'중앙초교 5학년) 양은 '김연아 키즈'다. 정 양은 "김연아 언니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3년 전 학교에 피겨 프로그램이 생겼고 피겨가 좋아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며 "넘어지고 경기가 안 풀릴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얼음 위에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칠 때 행복하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상동의 수성랜드 아이스링크에는 주 2회 수업인 정규 강습과 개인 강습 등에 등록한 시민 200여 명이 정기적으로 찾는다. 강습생 80~90%는 초등학생들이고 그중 피겨가 약 60%를 차지한다. 최근 겨울방학을 앞두고 '방학 특강반'을 모집하고 있다. 올 겨울방학 특강 땐 여름방학 때보다 30~50%가량 더 붐빌 것으로 수성랜드 측은 예상했다.
대구실내빙상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방문하는 초등학생들, 주중 강습과 주말 강습 등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일반 이용객을 포함해 9, 10월 하루 100여 명에서 최근엔 하루 300~400명까지 늘었다. 대구실내빙상장 측은 학교 토요수업이나 저소득층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저변을 넓히고 있다. 강습은 초등학생 위주고 일반 이용객은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근남 대구실내빙상장 관리과장은 "김연아 선수 경기가 방송을 타고 나면 주말에 평소보다 20%가량 갑자기 방문객이 늘어나기도 한다"며 "올겨울에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와 이상화 선수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빙상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철 대구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앞으로 평창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시민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부합할 수 있는 1천500석 이상의 실내빙상장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시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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