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La Terreur)라 하면 프랑스의 로베스 피에르가 원조다. 1793년 6월 2일. 민중의 지지를 얻은 자코뱅당은 국민공회에서 지롱드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했다. 자코뱅당은 '혁명정부'를 내세워 국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머리엔 로베스 피에르가 있었다. 로베스 피에르는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 등을 설치해 자신의 방침에 반대하는 정적들을 가차없이 단두대에 올렸다. 반혁명 세력이란 올가미를 씌워서였다. 그의 통치 기간 30만 명이 감옥에 갔다. 이 중 1만 7천 명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공포정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측근조차 언제 반혁명 분자의 낙인이 찍힐지 모르는 공포를 견디기 어려웠다. 1794년 7월 27일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자코뱅당의 공포정치는 막을 내렸다. 로베스 피에르 역시 단두대의 희생물이 됐다. 로베스 피에르는 가고 공포정치란 말은 남았다.
220년이 지난 지금 북한발 공포정치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다. 북한의 2인자라 불리던 장성택의 숙청이 북한 사회에 공포를 몰아오고 있다. 장의 최측근이라던 리룡하와 장수길이 공개 처형된 이후 매일 새로운 인물의 처형설이 쏟아지고 있다. '장성택의 사람들'에 대한 리스트도 돌고 있다. 장성택이 이미 처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성택과 그 파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수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상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란 설도 있다. 북한식 공포정치는 온전히 김정은의 독재 권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여기선 피 냄새가 진동한다. 독재 권력 강화와 무자비한 처형. 북한식 공포정치는 로베스 피에르의 원조 공포정치를 빼다 박았다.
민주당이 현 정권을 향해 공포정치 운운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발언, 양승조 의원의 '선친 발언'에 반발, 제명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공포정치의 부활'이라며 걸고넘어졌다. 민주당은 코레일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 탄압 공포정치가 마치 1979년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남한에서 피바람은 불지 않는다. 대통령보고 물러나라고 해도, 선친처럼 총에 맞을 것이라고 빗대도 잡혀가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공포정치란 말을 아무렇게나 쓰는 것이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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